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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의 麗水漫漫] 걱정은 '가나다순'으로 하는 거다!

바람아님 2018. 1. 17. 10:43

(조선일보 2018.01.17 김정운 문화심리학자·나름 화가)

근심 걱정은 대부분 사소하거나 손쓸 수 없어
노트에 적다 보면 불안의 실체도 분명해져


김정운 문화심리학자·나름 화가김정운 문화심리학자·나름 화가


여수엑스포역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탄다.

오전에 올라갈 때는 해가 비치는 동쪽을 피하고, 오후에 올라갈 때는 석양빛이 강한 서쪽을 피한다.

차창 밖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구례 인근의 지리산 풍경이 최고다.


기차 여행이 시작되었을 때, 유럽인들은 기차를 아주 불편하게 여겼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은 아주 '가관(可觀)'이었다.

그래서 나온 표현이 '파노라마식 풍경(panoramatische Landschaft)'이다. 한 번에 모든 장면을 다 보여준다는 거다.

좋은 뜻이 아니다. 마차 여행에 비해 기차 여행은 전혀 현실감 없고 산만하다는 거다. 오늘날 기차 여행은 전혀 다르다.

이어폰의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이어폰은 기차만큼이나 혁명적이다.

시각과 청각의 편집이 이뤄지며 내 삶의 이야기가 새롭게 구성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내러티브(narrative)'라고 한다.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이 진짜다. 다른 사람의 귀를 의식하는 허세가 사라지는 까닭이다.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때 나는 슈베르트의 '리트'나 바흐의 '평균율'을 가능한 한 심각한 표정으로 듣는다. 폼 난다.

그러나 '아재용 넥 밴드'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은 죄다 '7080 가요'다. 우연은 아니다.

평생 좋아하며 듣게 되는 음악은 청소년기가 끝나고 청년기가 시작되는 20세 전후에 들었던 것이 대부분이라는

심리학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정서적으로 가장 예민한 시절에 듣는 음악인 까닭이다.


김세환의 '목장 길 따라'를 듣고, 박인희의 '세월이 가면'을 흥얼거린다.

조영남의 '점이'가 이어 나오고, 이연실의 '조용한 여자'가 속삭인다.

'차창 밖 풍경'과 '7080 음악'은 그 시절 내가 죽어라 쫓아다니던 '예쁜 여학생'을 모두 불러낸다.

그녀들로부터 난 매번 차였다. 처참해진 나는 내 나름대로 비장하게 복수했다.

세상의 '예쁜 여자'는 죄다 빈혈이나 변비에 걸렸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러나 세상에는 빈혈이나 변비에 걸린 '안 예쁜 여자'가 훨씬 더 많다.

차창 밖을 바라보며 이따위 느닷없는 기억들로 혼자 싱글거린다.


'공연한 불안'.
'공연한 불안'. /그림 김정운


들판의 생뚱맞은 아파트가 보이기 시작하는 천안을 지나면서 내 심리적 상황은 급변한다.

갑자기 온갖 걱정거리가 떠오르며 공연히 불안해진다. 매번 그런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리 크게 불안할 이유는 없다.

실제로 우리의 걱정거리 가운데 정말 진지하게 걱정해야 할 일은 고작 4%에 불과하다고 한다.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나 이미 일어난 일, 또는 아주 사소하거나 전혀 손쓸 수 없는 일이 96%란 이야기다.

1년에 300일 이상을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를 볼 수 있는 여수 바닷가의 내 화실에 있을 때는 전혀 생각나지 않던

96%의 걱정거리가 희한하게도 천안 근처에만 오면 한꺼번에 밀려오며 불안해지는 거다.


'공연한 불안'에 대처하는 내 나름의 해결책은 걱정거리의 내용을 노트에 구체적으로 적는 일이다.

제목을 붙여 적다 보면 걱정거리는 '개념화'된다.

내 걱정거리의 대부분은 아무 '쓸데없는 것'임을 바로 깨닫게 된다.

아주 기초적인 셀프 '인지 치료'다. 간단한 덧셈과 뺄셈은 암산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복잡한 계산은 노트에 수식을 적어가며 풀어야 한다. 마찬가지다.

다양한 경로로 축적된 '공연한 불안' 역시 '개념화'라는 인지적 수식 계산을 통해 처리해야 한다.

생각이 복잡할 때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이유는 바로 이 '개념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인간은 '셰마(Schema)'라는 인지 구조로 무한대의 자극을 끊임없이 정리하며 살아간다.

스위스의 발달심리학자 피아제의 주장이다. 새로운 정보를 경험하면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셰마에 따라 해석하고

분류하는 '동화(Assimilation)'가 일어난다. 새로운 정보에 따라 셰마를 수정하는 '조절(Akkommodation)'이라는

반대 과정도 있다. 셰마 작동의 핵심은 다양한 형태의 '개념화'다.


동화와 조절이 일어나는 것은 '평형화(Äquilibration)' 때문이다.

'평형화'란 자아와 세계의 조화로운 관계를 통해 '몸과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고 하는 유기체의 본능이다.

불안은 평형 상태가 파괴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생물학적 메타포에 바탕을 둔 피아제의 이론은 오늘날 많이 '올드'하다고 여겨진다.

대안으로 좀 더 폭넓은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인간 발달을 설명하는 비고츠키라는 러시아 혁명기의 문화심리학자가

요즘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인지 구조 변화의 동기를 '평형화'에서 찾는 피아제의 이론은 여전히 통찰력 있다.

'인지'와 '정서'의 이분법을 극복할 수 있는 이론적 계기가 포함되는 까닭이다.


'공연한 불안'의 개념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그 개념들을 '가나다순'으로 다시 한번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가나다순'으로 정리하는 것은 '개념의 개념화', 즉 '메타 개념화'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에 대한 생각'인 '자기 성찰' 또한 이런 '메타 개념화'의 한 형태다.

개념화된 불안을 다시 한 번 상대화하면 불안의 실체가 더욱 분명해진다. 더 이상은 정서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

정리되지 않은 불안은 기하급수적으로 부풀어 오른다.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 힘으로 도무지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불안과 걱정이 습관처럼 되어버린 이가 주위에 참 많다. 잘나가는 사람일수록 그렇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다 한들 밤마다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성공인가.

'96%의 쓸데없는 걱정'에서 자유로워야 성공한 삶이다.

자주 웃고, 잠 푹 자는 게 진짜 성공이다!



   << 게시자가 추가한 개념(槪念)의 사전적 의미 >>

개념화(conceptualization) _ < 실험심리학용어사전 >


  특정 용어를 사용할 때,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구체화하는 과정.



개념(槪念)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


개념(槪念)은 우리 주위의 대상에 관해서 공통된 것이 아닌 것, 일반적이 아닌 것을 버리고 공통된 것,

일반적인 것을 꺼내어 개괄(槪括)함으로써 생겨난 관념을 말한다.


개념은 모두 외계(外界) 대상의 공통된 일반적인 징표(徵表)를 반영하고 있다. 개념이 취하는 일정한 언어적 표현,

즉 개념의 소위 언어적인 외피(外皮)가 '말(語)'이다. 개념의 예로는 '동물' '빨강' 등을 들 수 있다.


형식논리학에서는 개념의 중요한 성질로 보편성과 동일성을 든다.

전자는 개념이 그 공통성·일반성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무수한 새로운 대상에 적용될 수 있고, 후자는 각 개념에는

일정한 의미내용이 있으며, 사고를 함에 있어 멋대로 그 의미내용을 바꿔서는 안됨을 말한다.


그러나 사물은 항상 변화하고 개념은 언제까지나 그 타당성을 주장할 수 없다. 또 인식의 변화에 따라서 개념의

의미내용은 변한다. 형식논리학적인 사고의 타당성은 변화를 무시해도 좋은 범위 내에 한정된다.



유형[편집]


일반개념(一般槪念)·단독개념(單獨槪念)
개념이라 할 때에는 흔히 많은 대상의 비교, 개괄(槪括)에 의해 만들어지는 일반개념(보편개념)을 뜻한다. 예컨대 '학교' '별' '수확'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하여 단독개념은 독자적인 대상에 관한 관념을 말한다. 이 경우에도 바로 그 대상에 관한 어떤 개괄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집합개념(集合槪念)
흡사한 사물이 하나의 집합을 이룰 때, 그 집합에 관한 관념을 집합개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단독적 집합과 관계가 있을 때 단독집합개념이라 하고 다수의 집합과 관계가 있을 때 일반집합개념이라 한다. 전자의 예는 '큰곰자리' '한국의 지식계급' 등이며 후자의 예는 '별자리' '계급' 등이라 하겠다.


관계개념(關係槪念)
이전에는 사물의 관계를 나타내는 개념을 관계개념이라 하고, 대체로 시간, 공간, 인과성, 목적, 논리적 관계로 분류하였다. 그러나 실체(實體) 또는 인과성(因果性)의 개념을 형이상학적이라 하여 배척하는 근대 실증주의의 관점에서는 여러 현상 사이의(특히 現象諸量間의) 상호의존 관계가 중시되고, 거기에 성립되는 개념을 관계개념이라고 부른다. 함수개념(函數槪念)은 그 전형이다.


구체적 개념(具體的槪念)·추상적 개념(抽象的槪念)
구체적·유형적인 대상에 관해서의 개념을 구체개념이라 하고, 구체적·유형적인 대상에서 추상적·무형적인 징표(徵表)를 추출(抽出)하여 만든 개념을 추상개념이라고 한다. 전자의 예는 '인간' '소금' 등이며 후자의 예는 '인간성' '짜다' 등이다.


절대개념(絶對槪念)·상대개념(相對槪念)
어떠한 개념도 다른 개념과 어떤 관계를 갖게 마련이나 일단 다른 개념과는 독립된 것으로서 생각될 수 있는 개념을 절대개념이라 한다. 예컨대 '인간' '책'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하여 다른 개념과의 관계에서 그 자체가 갖고 있는 개념을 상대개념이라 한다. 예컨대 '낮'과 '밤', '하늘'과 '땅' 등이다. 특히 상대개념이 상호간에 다른 것을 예상함으로써 그 의미가 명료해질 경우 상관(相關)개념이라 한다. 예컨대 '위'와 '아래', '남편'과 '아내' 등이 그것이다.


설명개념(說明槪念)·기술개념(記述槪念)
어떤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쓰이는 개념을 말한다. 이에 대하여 사실을 단순한 사실로서 기술할 뿐인 개념을 기술개념이라고 한다. 그러나 설명이란 요컨대 원인·근거에 의해서 사실을 파악하게 되므로 원인이나 근거의 개념을 낡은 형이상학의 유물로 생각하여 이를 강력하게 배척하는 실증주의자는 과학의 임무를 다만 사실의 기술에만 한정시켜서 말한다.


모순개념(矛盾槪念)·반대개념(反對槪念)
두 개의 개념이 서로 다른 편을 부정하는 관계에 놓일 때, 그러한 개념을 모순개념이라고 한다. 가령 '희다'와 '희지 않다'같은 관계의 개념이다. 이에 대하여 반대개념이란 어떤 공통의 유(類)에 있어서 양끝에 있는 개념이다. 예컨대 색깔에서의 '희다'와 '검다'이다. 모순개념의 경우에는 제3의 중간상을 나타내는 개념은 없으나 반대개념의 경우에는 그러한 개념이 있다. 그리고 모순개념에서 '희다'처럼 긍정적인 내용을 나타내는 개념을 '적극개념'이라 하며 '희지 않다'처럼 그 내용의 부정을 나타내는 개념을 '소극개념'이라고 한다.


유개념(類槪念)·종개념(種槪念)
개념 상호간에는 외연(外延)의 큰 쪽이 외연의 작은 쪽을 포함하는 그러한 관계가 이루어질 때 전자를 유개념, 혹은 '상위개념'이나 '고급개념'이라 하고 후자를 '하위개념' '저급개념'이라고 한다. 이같은 개념의 계통은 예로부터 다음과 같은 도식(포로퓔리오스의 나무라고 부른다)으로 예시되고 있다. 이 도식에서 어떤 개념의 직접 상위에 있는 개념을 최근류(最近類), 직접 하위에 있는 개념을 최근종(最近種)이라 한다. 어떤 유(類)에 특정한 징표(徵表)가 첨가되어 그것의 최근종(最近種)이 되며, 이 특정한 징표를 종차(種差=種的差異)라고 한다. 최상위에 있는 유형을 최고류, 최하위에 있는 종류를 최저종이라 한다. 후자는 이미 그 이하의 종류로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불가분(不可分)의 종(種)이라고도 한다. 위 도식에선 '인간'이 그것이며 그 아래엔 무수한 개인이 속해 있다.


명사(名辭)
우리의 사고 내용은 언어적 형식으로 나타내지는 것이며, 개념이 취하는 언어적 표현으로서의 '말'을 명사(名辭)라고 한다.카테고리(Kategorie, 範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