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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애주가의 고백/ 컬러 인문학/ 히트 리프레시

바람아님 2018. 3. 18. 10:59



술 마시는 이유? 이미 중독됐기 때문


(조선일보 2018.03.17 이태훈 기자)


어느 애주가의 고백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 이덕임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248쪽 | 1만5000원


상상해 본다. 치즈를 썰어 접시에 담고 와인을 따르는 어느 저녁.

온몸에 평화로운 휴식의 느낌이 퍼지는 그 순간. 술은 고된 하루를 씻어내는 샤워,

내면의 불안과 격동을 잠재우는 진정제로 미화되어 왔다.

하지만 그 술은 조금씩 인생을 갉아먹고 있다. 숙취로 하루를 시작하거나, 기억에서 사라진

어젯밤의 몇 시간으로 고민하는 일이 잦다면, 다시 생각해 볼 때다.


부제는 '술 취하지 않는 행복에 대하여'.

"술 없는 인생은 상상해본 적도 없던" 독일인 저자가 술을 끊게 된 과정을 담담히 고백한다.

사람들은 대개 자책, 후회, 자기 연민의 뿌리에 술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모두가 술로 고장난

뇌 회로 때문임도 모른 채 중독의 나락에 빠진다. 저자는 단호하다.

"술을 마시는 데는 어떠한 심리적 이유도 없다. 중독되었기 때문이다."(48쪽)

겉으로는 술을 즐기면서도 그럴싸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결국 끝은 모두 같다.

중독자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술에 끌려다니고 있지 않은가 의심하게 된 사람,

혹은 술을 통제할 수 있다고 여전히 큰소리치는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분홍은 원래 남자아이에게 어울리는 색이었다?


(조선일보  2018.03.15 )


컬러 인문학
개빈 에번스|강미경 옮김|김영사|300쪽|2만원


색깔은 인류 문화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을까?

인류 최초의 색 빨강에서 영광을 상징하는 금색까지 색으로 만나는 인문학 도서가 출간됐다.

결혼식 날 신부는 순결을 상징하는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는다.

정치적 좌파는 역사적으로 빨강을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해왔다. 오늘날의 색깔은 어떻게 특정한

상징과 의미를 가지게 되었을까? 이 책은 색깔을 통해 희로애락, 사랑과 갈등, 전쟁과 영웅,

예술과 문학의 원천을 발견한다.


동굴 벽화에 사용된 최초의 색 빨강부터 완벽과 영광의 상징 금색까지 11가지 색깔로 인류 문화를

탐험한다. 저자는 "피, 불, 순결, 죽음, 삶을 상징하는 특정 색의 영원한 의미에서 벗어나는 순간

나머지 색도 눈에 들어온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한다.


세계 권력 구도에서 우위에 있었던 백인 위주의 자의적 연구와 IQ 테스트의 허점을 예리하게

짚으며 제국주의와 노예제, 인종차별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과 사회적 맥락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본다. 또 감각적인 150여 컷의 도판을 함께 구성하여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혁신하려면 공감이라는 새로고침 버튼을 눌러라


(조선일보  2018.03.17 강동철 기자)


히트 리프레시
사티아 나델라 지음 | 최윤희 옮김|흐름출판|376쪽|1만6000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PC용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MS는 'PC 시대의 유물' 기업으로 전락했다.


저자인 사티아 나델라가 MS의 세 번째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2014년은 MS가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때였다. 그는 MS의 돌파구를 '공감'과 '새로고침'(refresh)에서 찾았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과 고객이 뭘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F5(새로고침)를 눌러 새로운 콘텐츠로 바꾸는 것처럼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MS의 체질을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같은

미래 기술 기업으로 바꿨다.


나델라는 MS 역사상 첫 인도계 CEO이다.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아들을 통해 공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 미래 기술의 청사진과

이를 위해 신뢰와 윤리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 밝힌다.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라 미래 사회를

엿보는 지침서이자 이를 위해 기업과 고객은 어떻게 서로 공감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안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