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8.03.28. 22:15
ㆍ작년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후 남북대화 지렛대 삼아
ㆍ북·미 정상회담 성사로 중국까지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ㆍ허 찌르는 과감한 행보 주목…“정부, 경계와 대비 필요”
한반도 정세 대변환 국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파격적이고 주도면밀한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전략으로 미·중 등 주변 강국과의 외교를 자신의 페이스대로 끌고 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논의, 평화협정 체결, 북·미관계 정상화 방안 등 현안에 대해 치밀하게 계산된 ‘그랜드 디자인’을 마련해 놓았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지난 26~27일 특별열차로 베이징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중국을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 국면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 김 위원장은 27일 시 주석 주최 오찬 연설에서 중국이 자신의 전격적인 방중 제의를 수락해준 것에 사의를 표하며 7년 만에 열린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자신의 제의로 이뤄진 것임을 알게 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북한이 한국, 미국에 이어 중국까지 단계적으로 접근하면서 일을 만들어 나가는 치밀함이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열기 위해 남북관계를 먼저 이용하고,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뒤에는 이를 바탕으로 중국을 끌어들이는 수순을 밟았다.
북한은 이 같은 변화를 오랫동안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수년간 핵·미사일 프로그램에만 몰두하던 북한은 지난해 11월 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빠르게 태도를 바꿨다. 또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대화를 재개한 뒤 이를 징검다리 삼아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북·미 협상에 대비해 우군이 될 수 있는 중국을 ‘온보드’시키는 과정에서는 최근 미·중 갈등을 십분 활용하는 기민함을 보여줬다. 특히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장거리 타격 능력을 완성하기 직전 단계에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확보를 가장 우려하는 미국을 협상 국면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한 당국자는 28일 “지금 한반도 정세 변화의 추동력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서 나온 것”이라며 “북한이 판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대북 압박이 북측 태도를 변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측의 변화가 순전히 제재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강력한 제재도 북한의 변화에 영향을 줬겠지만 그보다는 북한이 철저하게 자신들의 시간표에 맞춰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행보로 미뤄 북한은 앞으로 펼쳐질 북·미 정상회담 등도 충분히 대비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에 이은 우군 확보를 위해 러시아도 방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향후 펼쳐질 대화와 협상 국면에서 한·미가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북한 전략에 끌려갈 수 있다는 경계론이 나온다.
한·미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복잡한 협상을 빈틈없이 추진할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 문제를 다뤘던 정부 관계자는 “한·미는 아직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과 치밀한 전략을 마련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대비와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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