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4.02 신은진 기자, 이지훈 세종대 교수·혼창통아카데미 주임교수)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300년 왕국을 향한 손정의의 야망과 도전)
스기모토 다카시 저/ 유윤한/ 서울문화사/ 2018.02.05/ 597p
손정의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를 즐겨 벤치마크했다.
노부나가가 운명의 나가시노 전투에서 이긴 결정적 원인은 철포(조총)였다.
철포 3000자루로 당시 가장 강했던 다케다(武田)군의 기마대를 전멸시켰다.
그는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다이묘(영주)들로부터 철포를 모아들여 당시로선
거의 불가능했던 대규모 철포부대를 만들어냈다.
전쟁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내다본 것이 승리의 요인이었다.
손정의의 철포는 야후, 아이폰, 알리바바, 암(ARM)이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기자 스키모토 다카시가 쓴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은
손정의가 시대에 앞서 미래의 철포를 찾아낸 장면들을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손정의는 아이폰이 나오기 전 가까운 사이였던 스티브 잡스를 만났고,
그가 세계를 바꿀 모바일 기계를 만들고 있음을 감지한다. 잡스는 시치미를 뗐지만, 손정의는 모바일로 뭔가 한다면
손을 잡자고 제의한다. 그날의 대화는 훗날 소프트뱅크가 일본에서 아이폰을 독점 판매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손정의는 잡스와 만남에서 또하나의 생각을 품게 됐다.
잡스가 만들려는 작고 뛰어난 기계(스마트폰)를 만들려면, 저소비 전력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은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이 자랑하는 기술이었다.
손정의는 이때 벌써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 회사를 언젠가 사겠다고 마음먹는다.
실제로 10년이 지나 손정의는 암을 33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시대에는 전원과 연결될 필요가 없는 초저소비 전력 반도체칩을 대량으로
이용하게 될 것이고, 20년 안에 암이 설계한 반도체가 지구상에 1조개 이상 뿌려지게 될 것이라 예견한다.
"바둑으로 치자면 50수 앞을 내다본 수"라는 것이다.
손정의는 자신이 남보다 나은 특별한 능력이 단 하나 있다고 말한다.
"패러다임 시프트의 방향성과 시기를 읽는 능력"이다.
그는 2016년 사우디의 실세 무하마드 빈 살만 황태자를 만나 말한다.
"20세기에 신은 폐하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었다. 석유다.
21세기에 신이 손정의에게도 선물을 준다면 미래를 내다보는 수정구슬을 받고 싶다."
그는 이어 자신이 암을 인수한 이유를 설명한다. 1조개의 반도체에서 얻을 수 있는 방대한 정보가 수정구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얼마 후 손정의가 만드는 1000억달러 펀드에 540억달러를 출자해 수정구슬을 찾는 데 동참하게 된다.
책에는 손정의의 무모한 면모도 잘 나와있다.
하지만 항상 미래를 앞서 내다보려 하는 집착만큼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리더들이 꼭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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