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8-03-24 한상갑 기자)
경북대 김형기 교수 정책 에세이,
박정희 모델 넘어서는 새 대안 근간 유지되게…
김형기 경북대 교수가 정책 에세이집을 펴냈다.
이 책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며 새로운 한국 발전 모델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은 ‘박정희 발전 모델’의 상징인 포스코. 매일신문 DB
새로운 한국 모델/ 김형기 지음/ 한울 펴냄/ 319쪽/ 2만원.
낡은 국가 발전 모델을 극복하고, 보수와 진보가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한국 모델을 찾아
고민해 온 경북대 김형기 교수가 펴낸 정책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 경제 제3의 길’ ‘새로운 진보의 길’ ‘지방분권 국가의 길’을 제시하고
그 실현을 위한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개헌 논의가 한창인 정국에서 우리가 어떤 발전 모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은
전혀 다른 궤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저자는 새로운 한국 모델의 최우선 과제로 ‘분권형 복지국가 실현’을 들고 있다.
이 원칙을 전제로 분권 개헌, 노동시장 유연성 실현, 고복지`고부담 체제 구축,
소득 주도 성장체제 확립 등 새로운 의제들을 정리했다.
◆진보-보수 합의 한국형 발전 모델 찾아야=저자는 1997년 외환위기로 박정희 모델 효력이 종언을 맞았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대체할 새로운 한국 모델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즉 개발 독재, 수출 주도 성장, 재벌 지배 체제, 중앙집권 체제로 요약되는 박정희 모델의 특징은 1980, 90년대 민주화,
자유화 과정에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는 것.
박정희 모델이 붕괴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왜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한국 모델을 정립하지 못했을까?
김 교수는 5년 주기로 반복되는 정권 교체를 주범으로 든다.
과거 정부가 도입한 새로운 경제 정책이 다음 정부에서 부정되는 과정이 반복된 것이다.
지속적으로 실현해나갈 수 있는 새로운 한국 모델을 마련하는 일, 저자는 첫 단추로 진보와 보수가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한국 모델’ 정립을 든다.
2012년 대선에서 보수 진영은 과거의 성장 우선, 효율화 같은 정책 대신 경제민주주의, 복지국가를 공약한 바 있고,
진보 진영에서도 분배, 평등보다 성장, 효율성, 혁신을 중시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망이 밝다고 보고 있다.
◆새로운 발전 모델은 ‘공생적 시장경제’=책의 첫머리에 저자의 관심은 ‘동아시아 발전 모델’에 미친다.
기존 한국의 경제 발전 모델을 동아시아 발전 모델의 한 변형으로 보고, 이를 일본 모델, 중국 모델과 비교하며
그 특징을 밝히고 있다.
또한 박정희 모델이라고도 불리는 낡은 한국 모델의 효율과 위기, 그리고 위기 이후 전환 과정을 분석한다.
아울러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 과정에서 낡은 한국 모델이 붕괴한 요인을 살펴보고 새로운 한국 사회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4장에서 저자는 새로운 한국 모델을 이루는 새로운 경제 질서로 ‘공생적 시장경제’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공생적 시장경제는 기존의 한국 모델을 구성했던 개발 국가모델과 그것이 해체되고 새롭게 등장한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한국 경제 ‘제3의 길’을 말한다.
저자는 공생적 시장경제로 나가는 정책 기조로
▷신자유주의를 넘어 신진보주의로 ▷금융 주도 경제를 넘어 지식 주도 경제로
▷하향식 경제를 넘어 상향식 경제로 ▷노동시장 유연성과 참가적 노사관계를 들고 있다.
수도권 집중체제의 극복도 이 책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다.
현재도 경제 흐름을 왜곡시키고 있는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려면 새로운 한국 모델에 ‘지방분권-다극발전체제’라는 가치를
반드시 담아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구체적인 정책으로 지역대표형 상원제, 국민소환제, 재정조정제 등을 제시한다.
◆분권 개헌 이뤄내지 못하면 역사 퇴행=저자는 정치경제학의 이론적 성과를 한국적 환경에 맞게 적용하는 연구와 실천에
앞장 서왔다. 이런 접근에 기초해 한국 모델의 비전과 정책을
▷국가시스템 ▷헌법질서 ▷경제질서 ▷성장체제 ▷지역전략 ▷복지체제 ▷공공성 등의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 대한민국에 절실한, 그리고 진보와 보수가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한국 모델’과 그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한다.
서문에서 “박정희 모델의 긍정적 유산인 산업정책과 금융 통제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부정적 유산인 성장 지상주의,
재벌 지배, 중앙집권 체제를 넘어서는 보수와 진보 간의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정권이 교체돼도 이 합의에 기초한 한국 모델의 근간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개헌’이라는 국가 과제를 앞둔 시점에 발간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국민의 강력한 열망으로 새 정권이 출발한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한국 모델을 이끌어낼 적기라는 것.
바람직한 한국형 모델을 만드는 일의 첫 단추는 ‘분권형 복지국가’로의 개헌임이 틀림없다.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 정국, 이번에 분권 개헌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야말로 역사에 대한 ‘범죄’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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