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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 '영혼의 정원' 개막..260여점 국내 최대 규모

바람아님 2018. 4. 28. 09:30

뉴시스 2018.04.27. 13:13


M컨템포러리, 원화 238점·책자 20점 전시


【서울=뉴시스】 샤갈, 두개의 파란 옆모습 이중초상과 빨간 당나귀Two Blue Profiles and a Red Donkey.Marc Chagall, Double profil bleu et âne rouge (1980) gouache and pastel on paper, Private Collection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Chagall ®


  러시아 출신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의 작품은 상상의 세계에서 재현되는 상징물들의 집합과도 같다. 특히 동물은 샤갈의 상상 세계를 명확하게 재현하는데 이용되었다.

주로 수탉, 당나귀, 염소 등 친근한 동물 혹은 인간과 동물의 이중적인 얼굴을 한 존재 등의 모습으로 의인화되어 생명을 부여받거나 샤갈 자신과 동일시 할 수 있는 존재로 나타난다. 더 나아가 암소가 어머니, 고국으로 그려지는 등 작품 속 동물들은 상징적 차원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는 그의 종교적 배경과 연관지을 수 있다. 샤갈은 정통 합리주의를 거부하고 신비주의적 성향을 띠는 유대교도 중 하나이자 죄인의 영혼이 말못하는 동물 속으로 들어간다고 믿는 하시디즘의 영향을 받았다. 그 영혼에 알록달록 원색의 색채를 입혀 서정적으로 풀어내는 샤갈의 감수성은 하시디즘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두개의 파란 옆모습 이중초상과 빨간 당나귀' 작품에 잘 나타나있다.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을 만날 수 있는 '마르크 샤갈 특별전 – 영혼의 정원展' 이 서울 강남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르 메르디앙 서울)에서 27일 개막했다.

"그 무엇보다 내 영혼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건 예술“이라고 했던 샤갈의 독특한 화면구성과 아름다운 색채속으로 빠져볼 수 있는 기회다.

【서울=뉴시스】 샤갈, 붉은 배경의 꽃다발 Bouquet of Flowers on Red Background,'꽃은 샤갈의 작품의 단골 소재였는데, 이전의 꽃들은 장식적 요소의 성격이 강했다면 오랜 방랑 생활 끝에 남프랑스 방스에 정착한 1950년 대 이후부터는 독립적인 모티브로 사용되었다. 풍요로운 자연환경 속에서 빛이라는 소재에 다시 한 번 매료된 샤갈은 꽃을 통해 색채의 향연을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 첫 공개되는 '두개의 파란 옆모습 이중초상과 빨간 당나귀', '붉은 배경의 꽃다발'등 25점을 포함, 샤갈의 인생을 총망라한 260여 점을 소개한다. 역대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전시로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4개국의 개인 컬렉터 7명의 소장품이 건너왔다.

전시를 기획한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강필웅 관장은 “이번 마르크 샤갈 특별전은 80년 넘게 그림을 그리고 생이 다한 그날까지도 작업을 멈추지 않았던 마르크 샤갈의 인생 여정을 함께하는 기분으로 접근하고자 '영혼의 정원’이란 테마로 기획했다"며 "관람객은 샤갈의 작품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희로애락이 담긴 그의 작품을 통해 힐링의 시간이 될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서울=뉴시스】 마르크 샤갈 특별전-영혼의 정원展이 M컨템포러리에서 27일 개막했다


전시는 4가지 섹션으로 나눠 소개한다.

제 1부 꿈, 우화, 종교(136점)에서는 종교적 상징주의와 낭만주의로 가득한 샤갈의 작품 세계를, 제 2부 전쟁과 피난(17점)에서는 전쟁과 이주 등 연속적인 고통의 상황에서도 인생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잃지 않은 샤갈의 내면세계를, 제 3부 시의 여정(76점)에서는 화가의 날개를 단 시인이라고 불리던 샤갈의 가장 널리 알려진 주제인 꽃과 꿈, 서커스를 포함한 초현실주의적인 작업들을, 제 4부 사랑(9점)에서는 그가 중요시했던 사랑을 다룬 작품들과 그의 개인적인 러브스토리로 구성된다.

【서울=뉴시스】 샤갈, 길 위에 붉은 당나귀 Red Donkey on the Way


'격동의 20세기를 살았던 샤갈은 살아 생전 두 번의 세계대전과 조국의 혁명 등으로 인해 종종 강제이주 혹은 피난길에 올랐다. 분열과 대립이 넘치고 공포와 좌절이라는 짐을 떠맡아야만 했다. 사랑하는 아내 벨라의 죽음까지 더해지면서 한 때 그의 인생은 상실로 얼룩짐의 연속이었다.

이런 상황은 '길위에 붉은 당나귀'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잦은 이주에 항상 고향 비텝스크를 그리워한 샤갈의 고향에 대한 추억이다. 모국을 암시하는 수탉 뒤로 고향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붉은 당나귀를 타고 있는 아내 벨라와 샤갈은 그들의 딸 이다를 품에 안고 있다.

샤갈은 인종적, 종교적, 정치적 연유로 잦은 망명 생활을 하면서도 죽는 순간까지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화가의 꿈을 접지 않았다. 밝고 화려한 환상의 세계를 담은 그의 작품은 비극과 불행을 행복으로 승화한 역설의 미학을 담고 있다.

한편 전시장에서는 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로 풀어낸 샤갈의 일부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 인터랙티브’ 공간과 샤갈의 작업실을 토대로 재현해 남녀노소 판화 체험이 가능한 ‘샤갈의 공방’도 마련되어 있다.

【서울=뉴시스】 강남 메르디앙호텔에 위치한 M컨템포러리에서 샤갈-영혼의 정원전이 열린다.

M컨템포러리는 강남 르 메르디앙 호텔에 위치한 복합문화아트센터다. 세계적인 건축 디자인 회사 데이비드 콜린스 스튜디오(David Collins Studio)가 디자인해 지난해 9월 개관했다. 'The New Vision : 바우하우스에서 인공지능까지' 전시를 시작으로 지난해 12월부터 4월까지 'Hi, POP - 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展'전을 열어 주목 받았다. 이번 '마르크 샤갈 특별전 영혼의 정원展'은 한겨레 신문사 공동 주최로 8월18일까지 열린다. 관람료 8000~1만3000원.

h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