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2018.02.12 송경모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규제에 포획 당한 경제"
양극화는 자유 시장의 불가피한 귀결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공평성보다 효율성을 강화하며 부자는 더욱 부유하게,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는 생각이다. 피케티 같은 사람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
니스캐넌센터(Niskanen Center) 오픈소사이어티프로젝트(the Open Society Project)의
책임자인 린제이와 존스홉킨스대학 정치학 교수인 텔레스는 저서
'규제에 포획 당한 경제'에서 자유 시장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의
퇴행성 규제(regressive regulation)야말로 양극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본다.
원래 시장에는 '창조적 파괴'라는 강력한 불평등 완화 장치가 있다.
어떤 기업이나 개인도 한순간의 행운이나 자신의 능력으로 부(富)를 일구었다 해도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 세계는 변하고 새로운 경쟁자 앞에서 지위를
탈취당하는 것이 순리다. 이게 슘페터의 통찰이었다.
문제는 정부가 시장의 혼란을 제어한다는 선한 목적으로 수행하는 각종 규제가 이 메커니즘에 오히려 제동을 건다는
것이다. 규제와 보호는 언제나 기득권자로 하여금 혁신보다 축적을 추구할 유인을 제공한다.
결국 누리는 사람만 더욱 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저자는 미국 사회에서 이런 현상이 얼마나 심화되어 왔는가를 금융 산업 지원, 지식재산권 보호, 사업 인허가,
도시 건축 규제라는 네 가지 영역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금융 산업이 왜 다른 제조업보다 특별히 임금 수준이 높은가?
이는 그 산업이 특별히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서가 아니다.
정부의 보호에서 나오는 지대가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
그 결과 많은 우수 인력들이 실물 사업보다 금융 부문을 선호하게 됐고, 인력 배분의 왜곡이 일어났다.
지식 재산 보호와 사업 인허가는 본래 취지와 달리 인위적으로 과도한 독점력을 특정인들에 부여해
다른 역량을 가진 주체들의 사업 기회를 박탈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저자의 생각이 얼핏 극단적인 자유방임 사상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렇지는 않다.
다만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양극화의 주범임을 환기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자신의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올바로 구분해야 한다.
저자는 기업, 노동조합, 직능 단체를 막론하고 특정 이익 집단이 정책 결정에 편중된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할 것, 그리고 입법과 정책 결정이 로비스트나 인간관계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전문가 집단의 검증된 정보에 따라 이뤄지도록 제도화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人文,社會科學 > 책·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집자 레터] 집중 독서의 매력 (0) | 2018.05.05 |
---|---|
중국의 거대한 부패세력 민낯...장편 '인민의 이름으로' (0) | 2018.05.04 |
[이코노 서가(書架)] 월가의 40년 투자전문가 "다가올 세계 경제 40년, 이전과 전혀 다른 상승장" (0) | 2018.04.30 |
[장강명의 벽돌책] 인간, 惡한 쪽으로 진화한다? (0) | 2018.04.27 |
30세 청년이 쓴 민주주의 고전… 프랑스 원전 첫 번역 (0) | 2018.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