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만물상] '김소희 신화'

바람아님 2018. 5. 6. 10:53

(조선일보: 2018.05.05 김기철 논설위원)


켈리 최(50)는 와이셔츠 공장에서 미싱을 돌리며 야간고를 다녔다. 육남매 중 다섯째였다.

스물일곱 살 때 "디자인을 공부하겠다"며 파리행 비행기를 탔다.

그가 지금 프랑스 카르푸 같은 유럽 대형 마트에 '스시데일리' 매장을 가진 켈리델리 그룹 오너가 됐다.

유럽 10국 매장 700곳의 요식 기업으로 작년 매출이 5000억원이다.

그는 "20대는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제임스 박(42)은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창업했다가 두 번 망했다.

세계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실리콘밸리에서 세 번째 회사를 차렸다. 스마트헬스케어 브랜드 '핏비트'(fitbit)였다.

스마트폰에 연동해 심박 수, 운동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대표 상품이다.

3년 전 뉴욕 증시 상장 후 넉 달 만에 시가총액 80억달러를 넘겼다.

그는 "창업해 성공하려면 기술, 상품화 능력, 비즈니스 모델의 삼박자를 다 갖춰야 한다"고 했다.


[만물상] '김소희 신화'


▶스물한 살 김소희는 2004년 인천 부평동 집에서 인터넷 쇼핑몰 '스타일난다'를 만들었다.

동대문 보세 옷을 골라 사이트에 올렸는데 불티나게 팔렸다. 자체 화장품 브랜드도 출시했다.

창업 14년 만에 일본, 중국 등 7국에 매장 59곳, 연매출 1600억원이 넘는 기업으로 키웠다.

세계 최대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그룹은 그제 김소희 대표의 '난다'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매각가는 4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김소희 대표처럼 젊은 나이에 대박을 터뜨리는 청년 기업가는 드물지 않다.

스물아홉 하형석은 2012년 화장품 온라인 쇼핑몰 미미박스를 세웠다.

창업 3년 만에 해외 벤처캐피털에서 33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야후 공동 창업자 제리 양도 투자했다.

 때마침 분 한류 바람은 청년 기업가의 도전에 날개를 달아줬다.

하형석 대표는 한국공학한림원에서 '대한민국 파괴적 혁신가'상도 받았다.


▶김소희 스타일난다 대표의 성공 신화는 한편으론 아쉽다.

글로벌 기업에 회사를 넘기지 말고 우리 브랜드로 세계시장에서 뻗어 갈 수는 없었나.

얼마 전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비(非)상장 스타트업을 말하는 '유니콘' 등극을 앞둔

국내 유망 벤처기업이 대부분 해외 투자를 유치해 성장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과실도 해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공무원 늘리고 공공 일자리 만드는 데 세금 쏟아붓지 말고,

청년 창업가들이 기업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진짜 일자리 정책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