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7.18 한삼희 수석논설위원)
멕시코와 지난달 24일 치른 월드컵 조별 리그 경기는 러시아 로스토프에서 열렸다. 모스크바에서 북동쪽 225㎞ 도시로
북위(北緯) 57도다. 만주 끄트머리 하얼빈(북위 45.4도)보다 한참 북쪽이다.
그런데도 경기 날 로스토프의 한낮 기온이 섭씨 34도까지 올랐다. 경기 전 회견에서도 날씨가 거론됐다.
신태용 감독은 "더운 날씨가 우리한테 불리하다"고 했다. 날씨보다는 실력 탓이었겠지만, 한국은 멕시코에 1대2로 졌다.
시베리아에서도 더위를 걱정하는 세상이 됐다.
▶그제 경북 영천의 낮 기온이 38.3도까지 올라갔다. 화씨로 따져 100.94도이다.
18세기 독일 물리학자 파렌하이트는 화씨 척도를 만들면서 자기 체온을 '100도'로 설정했다고 한다.
일반인 정상 체온(섭씨 37도, 화씨 98.6도)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서양 사람들은 화씨 70도(섭씨 21.1도)를 딱 기분 좋은 온도로 본다. 80도(26.7도)면 상당히 덥고, 90도(32.2)면 심각하게 덥다.
영천의 그제 더위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화씨 100도(섭씨 37.8도)'의 상징적 한계를 넘었다.
▶지구가 '히트돔(heat dome)'에 갇혔다는 말은 2016년에도 나왔다. 2016년은 지구 평균기온이 관측 사상 가장 높았던 해다.
그런데 올해 다시 뜨거운 고기압 기단이 뚜껑처럼 지구를 덮은 채 열을 가둬두고 있다. 올해 특징은 히트돔 현상이
지구 북반구 전역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중동 오만에선 새벽 최저기온이 42.6도까지 올랐다.
▶이제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열아홉 해를 꼽아보면 그 가운데 2000년부터 2017년까지 21세기 열여덟 해가
모두 들어간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를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 없는 강력한 통계 자료다.
산업혁명 후 200년 사이 지구 평균기온은 섭씨 1도 올라갔다. 불과 1도 올라갔는데 세계가 열파(heat wave)에 휩싸여 있다.
이번 세기말엔 지금보다 다시 2도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올해는 지구 기온이 서늘한 사이클에 해당하는 라니냐의 해인데도 이렇게 덥다.
올 후반부터는 더운 사이클인 엘니뇨가 찾아온다. 내년 여름은 아마도 올해보다 더울 것이다.
이런데도 온실가스 배출 규제는 여기저기서 도전받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도 얼마 전 향후 3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금까지보다 2.1% 늘리겠다고 했다. 이러다 최저기온이 30도가 넘는 '초(超)열대야'를 정말 경험하게 될 것 같다.
[연관기사]
3겹 열돔에 갇힌 '지글지글 한반도'.. 1994년 대폭염 닮았다
동아일보 2018.07.18. 03:00
‘초복’을 맞은 17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제주는 37.4도로 전국 최고기온을 보였고 서울 33.8도, 대구 37.3도, 경북 영천 36.9도, 강릉 36.5도, 부산 36.2도, 광주 35.5도 등 전국이 불볕더위에 시달렸다.
전국 곳곳에서 더위를 못 이겨 폐사한 가축이 속출했다. 또 대구 초중고 전체 440곳 가운데 63곳이 단축수업을 하고 경북 포항과 김천, 경주, 영주, 봉화, 울진 등 6개 지역의 초중고 19곳도 하교 시간을 1시간가량 앞당겼다. 기상청은 한동안 평년 대비 4∼7도 높은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한 달 가까이 폭염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 1994년 ‘대폭염’ 재현되나
문제는 ‘살인적 더위’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이날 “올해 장마가 11일 끝났다”고 공식 선언했다. 올해 장마 기간은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11일, 남부지방은 10.2일에 불과했다. 1973년(중부, 남부 각 6일)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장마다. 평년(1981∼2010년) 장마 지속 일수는 32일, 종료일은 7월 말(23∼25일)이었다. 결국 올해 더위가 짧은 장마로 평년보다 열흘가량 일찍 시작된 셈이다.
역대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된 1994년에도 장마가 평년보다 빨리 끝나면서 불볕더위가 일찍 몰려왔다. 그해 장마는 남부지방은 7월 6일, 중부지방은 7월 16일 끝났다. 이후 폭염(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 지속 일수는 전국 평균 31.1일이었다. 한 달 내내 찜통더위가 이어진 것이다. 열대야(오후 8시∼다음 날 오전 9시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밤) 일수는 전국 평균 17.7일을 기록했다. 보름 이상 ‘잠 못 드는 밤’이 찾아왔다. 특히 경남 창원은 열대야가 29일간 계속됐다. 그해 7월 서울 최고기온은 38.4도, 경남 밀양은 39.4도까지 치솟았다.
올해도 1994년 ‘한여름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 12∼16일 닷새간 중부지방 평균기온과 최고기온은 각각 27.3도, 32.2도로 1994년(각각 28.1도, 33.6도)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만약 8월 중순까지 폭염이 계속되면 1994년 폭염 지속 일수 기록을 갈아 치울 수도 있다. 현재 이달 말인 27일까지 비 예보가 없다.
○ 사람도, 가축도 ‘고온 스트레스’
고온 스트레스란 무더운 여름 높은 기온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다. 우리 몸은 기온이 올라가면 모공을 열고 땀을 배출해 체온을 유지하려 하는데 장시간 이런 환경에 노출되면 몸의 열평형(체온이 균형을 이룬 상태)이 깨져 신경이 긴장하고 몸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면역력이 취약한 노약자나 심신이 예민한 사람은 건강을 쉽게 해칠 수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발생한 온열질환자 6500여 명 중 7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다.
폭염은 사람뿐 아니라 가축도 쓰러뜨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가축 79만 마리가 폐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늘어난 수치다. 농식품부는 이번 폐사로 42억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폐사한 가축은 닭이 75만3191마리로 가장 많았고 오리도 2만6000여 마리에 달했다. 농식품부는 “닭과 오리 등 가금류는 체온이 41도로 높고 깃털로 덮여 있는 데다 땀샘도 발달하지 않아 체온 조절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미지 image@donga.com·김하경 / 대구=박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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