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學校의 여름철 실내온도 기준부터 낮추자

(조선일보 2018.07.23 최종남 미국 웨스턴일리노이대 지리학과 교수)

최종남 미국 웨스턴일리노이대 지리학과 교수

2016년 여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전국적으로 높은 체감온도를 동반한 비정상적인 무더위가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거의 한 달 동안 지속됐다.

서울의 경우, 8월의 33도 이상 폭염 일수(日數) 20일과 열대야 일수 22일은 1973년 이래 최고치였다.

밤낮 무더위로 인하여 2016년의 폭염 진료 환자는 2015년에 비해 두 배 넘게 많았다.

체감온도가 27도 이상이면, 대다수가 더위로 인한 불쾌감을 느낀다.

2010년 이후 서울이 27도가 넘는 체감온도를 기록한 연평균 일수는 99.1일이다.

같은 기간에 폭염(暴炎)이라 정의되는 체감온도 33도 이상의 연평균 일수도 26.1일이나 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 기후가 점차 아열대 기후대로 진행되면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면서 체감 폭염 일수가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다. 금세기 중반까지 기온이 33도 이상을 기록한 연평균 일수가 매년 0.24%씩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런데 정부가 정한 공공기관의 여름철 실내 온도 기준은 28도다. 이 온도에서는 대다수가 간편 복장을 해도 고온으로 인한

불쾌감을 느낀다. 뙤약볕에 한껏 달구어진 건물이 복사열을 내부로 방출하면, 실제로 느끼는 체감온도가 실내 기준 온도보다

높을 때도 잦다. 이 상태에서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생리기후학이 제시하는 최적의 실내 기온은 21도다.

이 온도에서 일상적인 근무 복장을 착용했을 경우, 인체는 효율적으로 체열을 방출하여 불쾌감이 가장 적다.

이에 많은 선진국은 여름철 실내 온도를 21~23도 수준에 맞출 것을 권장한다. 적절한 사무실 기온 환경 유지를 위해

발생하는 추가 전력 비용보다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이익의 증가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한 실내 온도 기준이 영향을 미치는 곳은 생각보다 광범하다. 국공립 학교도 영향권에 해당한다.

언제까지 전력 수급 탓을 하면서 더운 날씨에도 에어컨을 제대로 켜지 못해 아이들이 찜질통에서 공부하도록 해야 하나?

여름철 실내 온도 기준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을 제안한다.

여름철에 국민에게 일하고 공부하는 즐거움을 돌려주는 것이 국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