其他/최재천의자연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77] 태풍

바람아님 2013. 11. 15. 20:26

(출처-조선일보 2010.09.20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요즘 지방에 다녀보면 얼마 전 우리나라를 훑고 간 태풍 곤파스의 상처가 곳곳에 역력하다. 최대 직경이 450km밖에 안 되는 카테고리 3급의 소형 태풍이었지만 중심권의 기압 경도가 워낙 급격하고 한반도를 불과 네 시간 만에 관통하는 바람에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30~60m에 이르는 기록적인 강풍이 관측되었다.

태풍과 허리케인은 근본적으로 같은 기상 현상이다. 다만 태풍은 북서태평양, 허리케인은 동태평양과 서대서양에서 일어나는 열대 폭풍우를 일컬을 뿐이다. 인도양에서는 '사이클론',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윌리 윌리'라고도 부른다. 태풍과 허리케인은 여름에서 가을에 이르는 6월부터 11월 사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지만, 9월 21일 오늘은 지난 100년간 특별히 강한 비바람이 몰아친 날이다. 1934년에는 초대형 태풍이 일본 열도를 강타하여 무려 303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938년 오늘에는 미국 뉴욕의 롱아일랜드에 상륙한 허리케인으로 500~700명이 사망했고, 지난 1989년에는 허리케인 휴고가 사우스 캐롤라이나 해변을 초토화시킨 바 있다.

지난달 말 미국에서는 뉴올리언스시 거의 전역을 물에 잠기게 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 5주년을 맞아 그날의 교훈을 되새기며 도시 재건의 의지를 다짐하는 각종 기념행사들이 열렸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열대 폭풍우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 하지만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빈도와 강도에 대한 전망에 관해서는 세계 기상학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아시아권의 기상학자들은 대체로 태풍이 앞으로 더 자주 더 강력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 같은데, 금년 초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주도하여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허리케인의 경우 강도는 훨씬 증가하겠지만 빈도는 조금 줄 것이란다.

오늘은 또 서른 번째 맞는 '유엔국제평화의 날(Peace Day)'이다. 세계 각국에서 비정부기구(NGO)들이 중심이 되어 핵무기 확산을 막고 정전(停戰)과 비폭력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나도 몇 년째 제인 구달 박사의 부름을 받아 학생들과 함께 평화의 비둘기를 만들어 날리는 행사를 진행해왔다. 자연과의 평화가 인류평화 못지않게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