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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칼럼] '혁신'에 대한 5개의 잘못된 神話

바람아님 2018. 8. 25. 08:00

(조선일보 2018.08.25 비벡 와드와 미국 카네기멜런대 교수·하버드대 로스쿨 특별연구원)


美 창업자 평균 연령 40세… 非기업인 家門 출신이 '부모 기업가'보다 많아
대학교육이 경영에 도움 되며 여성 기업 수익률 더 높아… 좋은 신기술에는 자금 몰려와


비벡 와드와 미국 카네기멜런대 교수·하버드대 로스쿨 특별연구원비벡 와드와 미국 카네기멜런대 교수·하버드대 로스쿨 특별연구원


지금 대한민국 정부와 한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경제전략 중 하나는 '혁신 성장'이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혁신'에 대해 잘못된 믿음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제2의 삼성·LG 같은 대기업을 만들려면 널리 퍼져 있는

5개의 신화(神話)를 떨쳐내야 한다.


먼저 '혁신을 만들어낼 사람은 35세 이하의 청년'이라는 생각이다.

필자가 하버드대·듀크대팀과 공동 연구한 결과 성공한 미국 기술 창업자들의 평균 연령은 40세였다.

또 이 가운데 50세 이상 기업 경영자들이 25세 이하보다 2배 많았다.

연륜과 경험이 오히려 성공의 열쇠라는 게 판명된 것이다.


예를 들어 마크 베니오프가 고객 관리 소프트웨어 판매 기업인 세일즈포스닷컴을 세운 것은 35세 때였고,

리드 호프만은 36세에 구인·구직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기업 링크드인을 창업했다.

미국 반도체 전문 기업인 퀄컴은 어윈 제이콥스와 앤드루 비터비가 각각 52세, 50세 때 공동 창업했다.


'성공한 기업가들의 능력은 유전적으로 타고났다'는 인식도 잘못된 신화이다.

실리콘밸리 기업가 가운데 절반 이상(52%)은 직계 가족을 통틀어 사업에 처음 뛰어든 사람들이다.

이들의 약 39%는 아버지만 기업가였고, 7%는 어머니만 기업을 운영했다.

부모 모두 기업가인 경우는 극소수였다.

필자가 조사한 표본 집단 가운데 4분의 1 정도만 대학 시절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에 관심을 가졌다.

절반은 대학 졸업 전까지 '기업가 정신'에 대해 생각이나 관심조차 없었다.


스티브 잡스(애플)와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래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구글 공동 창업), 얀 쿰(와츠앱) 같은

창업자의 부모는 모두 비(非)기업가였다. 부모의 직업은 의사·학자·변호사·공장 노동자 또는 성직자로 다양했다.

그런 점에서 누구나 기업가가 될 수 있으며, '제2의 삼성'은 삼성에서 오래 일한 직원도 만들어낼 수 있다.


'대학 교육은 기업가로서 성공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관념도 퇴출해야 한다.

일부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은 "저커버그와 빌 게이츠와 같은 대학 중퇴자가 성공했기 때문에 학사 학위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졸자가 창업한 회사는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세운 회사보다 판매 실적이나 고용 성과가

평균 2배 높았다. 단 대학 서열이나 전공 분야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기업가가 기본적인 교육을 마쳤느냐는 점이다.

창업자들이 받은 학교 교육은 기업 실패율을 낮추고 이익과 판매, 고용을 늘렸다.


'여성들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생각도 잘못됐다.

여성이 남성을 능가할 만큼 교육을 받고 있는데도 현실에서 여성이 세운 회사는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기 어렵고

기술 분야에서 노골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

내가 이끄는 연구팀은 남성·여성 창업자의 성공 요인에 차이점이 거의 없고 경영에 대한 열정도 비슷함을 밝혀냈다.

수익성이란 기준에선 오히려 여성이 창업한 기업이 더 앞섰다.

벤처 투자를 받은 기업 중 여성 경영자가 이끄는 기업의 수익률이 남성 경영자 기업보다 12%포인트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마지막으로 '벤처캐피털의 투자 없이는 회사를 제대로 키울 수 없다'는 관념도 틀린 것이다.

기술 개발 비용이 수백만달러에 달했던 수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겠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요즘 500달러짜리 노트북 컴퓨터는 1985년 당시 1750만달러(약 195억원)에 달했던 수퍼 컴퓨터보다 연산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예전에는 데이터 저장을 위해 수십만달러를 들여 서버와 하드 디스크들을 사용해야 했고

냉난방 장치가 달린 별도 데이터 센터가 필요했다. 오늘날 우리는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클라우드 컴퓨팅(인터넷

서버를 통해 데이터 저장과 네트워크 등을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 등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로봇공학과 인공지능(AI), 3D 프린팅의 발전 덕분에 신기술은 점점 저렴해지고 있다.

기술 개발을 위해 더 이상 천문학적 경비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들이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신기술을 기업가들이 발명만 한다면 투자는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

벤처캐피털 같은 자본과 사람은 언제나 혁신을 귀신같이 뒤쫓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