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2018.08.03. 17:51
"점유율 낮은 제품 아예 안써"..중국 유통망 배타성에 밀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점유율이 다시 1%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시장 점유율이 사상 처음 0%대까지 떨어진 뒤 올해 갤럭시S9 시리즈를 조기에 출시하며 반등을 노렸지만 2분기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3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 중국 시장에서 80만대를 출하해 점유율 0.8%로 1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점유율은 2013년까지만 해도 20%에 달했지만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에 밀리면서 속절없이 추락해 급기야 지난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이어 다시 0%대로 돌아온 점유율 성적표에 시장은 물론 삼성전자 내부에서조차 "0%대를 1%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중국 시장이 심각하다"는 위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 회복을 위해 지난해 중국 판매법인 책임자들을 대거 '물갈이'하고 현지 유통망을 복구하기 위해 상당한 인력과 물량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애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작년 2분기 8%대 점유율이 올해 2분기에는 5.7%까지 내려앉아 삼성전자와 유사한 위기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애플은 여전히 고가 전략이 먹히고 있는 데다 자체 운영체계와 앱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어 삼성전자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세계 최대 스마트폰 수요처인 중국에서 삼성이 유독 힘을 못 쓰는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이 중에서도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바로 중국 특유의 '상(商)관행'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에 정통한 가전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의 경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의 판매량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유통채널에서 당장 주문을 축소하지는 않는다"며 "반면 중국 시장은 철저한 이윤 관계에 따라 점유율이 낮아진 업체의 제품은 아예 확보하려 들지 않는 '냉정함'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추락한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현지 유통채널에 아무리 통사정을 해도 현지 유통망들이 삼성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중국에 파견돼 현지 시장을 조사하고 돌아온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를 '갑을 관계의 역전'이라고 표현했다. 이 연구기관 인사는 "한국에서는 휴대폰 제조사가 힘이 있어 자사 제품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유통업체들에 다양한 요구를 할 수 있다"며 "반대로 중국은 수많은 제조사가 유통채널에 '내 제품을 먼저 써달라'고 부탁을 해야 하는 '을'의 구조"라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폰 품질·혁신 경쟁에서 중국의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 등 현지 업체들 약진이 이어지면서 갤럭시·아이폰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 평가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실리콘밸리 출신 인재들이 영입되면서 품질 눈높이가 확연히 달라졌다"며 "여기에 중국 제조사 간 혁신 경쟁이 불붙으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품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올해 인도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2위로 추락시킨 샤오미의 린빈 공동창업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에서 기술 부문 간부를 역임한 실리콘밸리 출신이다. 화웨이는 2015년 애플 출신 디자이너였던 애비게일 세라 브로디 등을 영입하며 자사 제품의 품질과 편의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샤오미 등이 애플보다 더 엄격한 품질 기준을 부품 협력사들에 요구하고 있다"며 "심지어 오포도 스마트폰 출시 전에 130가지 테스트를 진행하며 폭스콘에서 생산하는 아이폰 이상의 품질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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