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9.18 방현철 경제부 차장)
방현철 경제부 차장
세계 최대 헤지 펀드인 브리지워터의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69)는 '헤지 펀드 황제'로 불린다.
그는 2013년 9월 유튜브에 '경제는 어떻게 움직이는가'라는 동영상을 올렸는데 지금까지
전 세계 600만여명이 시청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왜 터졌는지 궁금해하는 네티즌에게 그가 직접 쉬운 말로 설명한 덕분이다.
달리오는 금융 위기를 예측한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2008년 경쟁사들이 30% 넘게 손실을 냈을 때 그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브리지워터는 14% 넘는 수익을 올렸다.
레이 달리오는 이 동영상에서 '생산성 증가'와 '부채 사이클(순환 주기)', 이 두 가지가 경제를 움직인다고 말한다.
"교과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얻은 지식"이라고 했다.
'생산성 증가'는 동일한 자본 투입으로 더 많고 좋은 상품·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건 상식이다. 문제는 생산성이 향상되는 정도와 비례하지 않고,
경제는 가속하거나 감속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부채, 즉 빚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달리오의 설명이다.
지금 빚을 내면 내가 번 돈보다 더 많이 쓸 수 있다. 그래서 성장은 가속된다.
하지만 빌린 돈은 언젠가 갚아야 한다.
그때가 되면 성장이 느려진다. 빚이 성장을 빠르게 또는 느리게 하는 게 '부채 사이클'이다.
달리오는 "'부채 사이클' 때문에 경기의 부침(浮沈)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호황기에 생산성 증가를 뛰어넘어 부채를 불리면 침체기에 위기가 닥쳐온다고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비생산적인 미국 부동산 부문에서 부채 버블(거품)이 터지면서 일어났다.
올해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진 지 만 10년이 됐다. 우리는 그간 외환 방어막을 튼튼하게 쌓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당시 2000억달러선까지 떨어졌던 외환보유액을 4000억달러 넘게 늘렸다.
캐나다·스위스 등과 통화 스와프(교환) 협정도 맺었다.
그럼에도 '부채 사이클'을 탄다면 언젠가 위기의 골짜기에 들어갈 우려가 크다. 국내 가계 부채는 2008년 724조원대에서
최근 1500조원에 육박해 2배로 늘었다. 아파트·상가 같은 비생산적인 부동산 부문에 많은 돈이 잠겨 있다.
해법은 뭘까. 달리오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역량을 쏟아라"고 조언한다.
모험 투자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극단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생산성 높은 혁신 기업으로 돈이 흐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빚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따라서 빚 갚을 '능력'을 열심히, 확실히 키우는 게 위기를 막는 진짜 정공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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