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기자의 시각] 어느 '꼰대 판사'의 글

바람아님 2018. 11. 15. 08:41

(조선일보 2018.11.15 조백건 사회부 법조팀장)


조백건 사회부 법조팀장조백건 사회부 법조팀장

61세 법원장이 요즘 정기적으로 판사 전용 온라인망에 글을 올리고 있다.

시리즈 글 제목은 '소수 의견'이다.  31년간 판사로 재직하며 겪은 법원·검찰의 관행 중

자신이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한 글이다.


최인석 울산지법원장이 소수 의견 시리즈를 처음 올린 건 지난달 8일이다.

그의 글은 사소하고 실무적이다. 첫 주제는 법정 구속이었다.


그는 글에서 "(판사들은) 실형을 선고할 때 피고인이 도망갈 염려가 있는지 등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법정 구속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며 "유무죄를 열심히 다투는 피고인에게 법정 구속은 엄청난 충격이다.

무엇보다 무죄 추정, 불구속 재판 원칙에 어긋난다"고 썼다.


그는 국정감사 때 각급 법원 고위 판사들이 국회의원들을 마중 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과공비례(過恭非禮·과한 공손은

예의가 아님)'라고 썼다. 각 법원이 검증 여비(旅費)를 현실화해 판사들이 현장 검증을 더 자주 나가게 해야 한다는

글도 썼다. 검사가 재판을 하는 법관 통로로 법정을 드나드는 것도 지적했다.


"재판은 공정하게 보이기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유죄판결이 나면 피고인 측에서 잘 승복하겠느냐"는 것이다.

"법원은 검사에게 영장을 내주고자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라 장삼이사(張三李四·일반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써 화제를 모았던 그의 글도 이 시리즈 중 하나였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일부 판사의 공격을 받았다.

"그동안 조용하다가 왜 법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일 때 이런 글을 올리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이제 늙고 병들어 꼰대가 됐지만 저는 30년 전부터 (이런 문제를) 떠들고 살았다"며

"이 미묘한 시기에 이런 글들은 오해받을 만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제겐 적당한 시기를 기다릴 만한 시간이 없다"고 썼다.


그는 건강이 안 좋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지인들은 "물러날 시기를 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기자는 최근 그에게 세 번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글에 (하려는 말이) 있다"며 거절했다.

글을 남기는 것으로 판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으로 들렸다.


법원 안의 사소한 것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그의 모습은 '일반적 판사'와는 다르다.

판사 대부분은 자기 일에만 관심이 있다. 그게 아니면 무관심하다.

이런 법원 안에서 그의 글들은 작은 울림을 낳고 있다.

그의 글에는 '(검찰 수사로 이어진 법원 내부 일에) 무관심했던 것이 솔직히 후회되고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는

후배 판사들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요즘 흔들리는 사법부를 보면 그와 같은 '꼰대 판사'가 더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