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18.12.03. 12:10
북한 최고 통치자의 서울 답방은 북한이 여러 차례 약속한 일이기도 하고,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일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무조건 환영’ 취지의 언급을 했는데, 그런 식의 접대는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문 대통령은 “답방을 두고 국론 분열이 있을 수 없다”면서 “보수·진보가 따로 있고, 여야가 따로 있겠나. 모든 국민이 쌍수로 환영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첫째, 조속한 답방 자체에 너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답방 자체가 세계에 보내는 평화적 메시지, 비핵화 의지, 남북관계 발전 의지로 본다”고 했다. 과연 그런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란한 외교 및 비핵화 이벤트는 아직 ‘위장 평화’ 쇼로 보는 것이 훨씬 타당하다. 핵 폐기의 출발점인 신고·검증에 대한 어떤 실질적 진전도 없는 상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회담만 세 차례 열렸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외양보다 실질에 집중할 때다.
둘째, 한국의 대북 지원 등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줌으로써 북핵 폐기에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금도 핵·미사일 증강 작업을 계속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셋째, 한·미 동맹을 흔들 소지 또한 커진다. 북한은 ‘우리 민족끼리’ 전략을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진도를 냈을 때 생각할 수 있는 상응 조치”라면서 종전선언 카드도 되살려냈다. 종전선언이든, 정전체제 협상이든,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문서로 보장해야 한다. 넷째, 북한 지도자의 첫 답방이라는 ‘의미’를 강조하려면, 그만큼 대남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의 중요성도 커진다. 이런 것들이 없이는 환영도 어렵다. 6·25 남침과 수많은 도발이 모두 북한이 자행한 것이고, 한국이 북한을 공격한 일은 없다. 김일성 주석은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1·21 청와대 습격사건에 대해 2002년 방북한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에게 유감을 표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은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 사회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평양에서 받았던 환대를 떠올리며 ‘쌍수 환영’을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많은 국민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독재 체제를 여전히 착잡하게 바라본다. 비판을 국론 분열로 규정하기에 앞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기본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무조건 환영’을 외치기에 앞서 최소한의 답방 조건이라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답방을 김 위원장의 ‘선물’로 봐선 안 된다.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갖고 그의 방문을 허용할지, 어떻게 수용할지 결정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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