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2.17 송경모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레이 달리오 '부채 위기'
리먼 브러더스 파산 10주년을 맞아 당시의 위기를 회고하는 연구서들이 자주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헤지펀드 매니저인 레이 달리오는 저서 '부채 위기'에서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넘어 20세기에 발생한 48개 금융 위기의 전개 구조를 함께 분석했다.
사실 금융 위기가 전개되는 유형은 어느 정도 잘 알려져 있다.
부채를 이용한 자산 매입 급증, 자산 버블 형성과 호황의 경험, 원리금 상환을
충당하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자산 생산성,
그러다가 어디선가 터지는 대형 채무불이행 사태, 대출 회수와 자산 매각 개시,
거품 붕괴, 금융 순환 시스템의 마비, 정부의 대책 마련, 여러 해의 불황,
그리고 정상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저자는 투자 전문가로 오랜 실무 경험에 바탕을 두고 원점에서부터
이 모든 위기의 전개 구조를 다시 살펴봤다.
역사상 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을 보면 긴축, 채무 재조정, 화폐 증발과 보증 확대, 소득과 신용의 재분배라는
4가지 수단 중 한 가지 이상으로 만든 조합이 항상 등장했다.
저자는 대응책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가급적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정책 결정자는 수많은 집단에서 동시에 날아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일종의 곡예사와 같은 묘기를 부려야 한다.
과다한 부채가 모든 위기의 도화선이었던 만큼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채무축소(deleveraging)를
거치게 된다. 부채가 주로 국내 대출에서 나올 때에는 디플레이션 유발형 채무축소로,
부채의 근원이 주로 외국에 있을 때에는 인플레이션 유발형 채무축소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세계 대공황으로 이어진 1928~1937년 미국 부채 위기, 1991년 일본,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등 21개 사례는
디플레이션형 불황을 야기한 위기로 분류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치달은 1918~ 1924년 독일 위기, 1980~1981년 남미, 1997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의 위기,
2014년 러시아 경제 위기 등 28개 사례는 인플레이션형 불황을 낳은 위기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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