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2.19 나해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나해란의 뇌과학 교실]
해가 늦게 뜨면 머릿속 '잠 스위치'도 늦게 꺼진대요
뇌와 겨울
오는 22일 토요일은 일년 중 낮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예요.
동지에는 해 지는 시간이 오후 5시경으로 빨라진답니다.
반면 해 뜨는 시간은 아침 8시가 다 돼서니까 하루 중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무척 짧아지는 것이죠.
그래서 겨울철 아침에는 늦잠을 자기가 쉬워요.
아침에 눈을 떠도 주위가 캄캄하고 이불 밖을 벗어나면 추우니까 잠자리에서 나오기가 꺼려지지요.
낮에도 몸이 추위에 움츠러들기 때문에 '겨울에는 동물들처럼 겨울잠을 잘 수 없을까'라고 한 번쯤 생각해본
친구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친구들이 게을러서만은 아니래요.
▲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은 겨울잠을 자지 않지만 겨울 추위에는 사람의 뇌도 영향을 받는다고 해요.
특히 겨울에 우리 뇌는 늦잠을 자기 쉽게 바뀌어요. 뇌 속의 '잠 스위치'가 늦게 꺼지기 때문이에요.
잠 스위치는 해가 떠야 꺼지는데 여름보다 해가 늦게 뜨니 잠 스위치가 더 오래 켜져 있는 거죠.
뇌의 '잠 스위치'는 자연적으로 켜지고 꺼진답니다.
우리 뇌 속에는 하루를 24시간으로 정해 놓고 때에 맞춰 배고프다는 신호를 주거나 잠 스위치를 켜고 끄는
자연 시계 장치가 있답니다. 이 생체 시계에 따라 일정한 시간이 되면 뇌가 스스로 잠 스위치를 켜는 거예요.
여기에는 빛이 큰 역할을 합니다.
빛이 줄어들면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는데요,
이 호르몬이 늘어나면 잠 스위치가 켜집니다.
우리 몸이 잘 준비를 하느라 긴장을 풀고 뇌도 편안한 상태에 들어가 나른해져요.
주위가 어두워지면 자연스레 잠이 오고, 해가 뜨면 활발하게 일할 수 있도록 우리 몸이 설계된 거지요.
겨울에는 햇빛이 있는 시간이 줄어드니 잠 스위치를 켜주는 멜라토닌이 늘어나 늦잠을 자기가 쉬워진다는 것이죠.
한편 늦은 시간까지 밝은 빛을 쬐면 '아직까지 활동을 해야 하는 시간이구나'라고 받아들여 뇌가 수면 스위치를
늦게 켜게 됩니다. 밤에 형광등을 켜 두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게 잠을 방해할 수 있는 이유랍니다.
뇌가 '잠 스위치'를 켜는 게 늦어질 테니까요.
또 겨울철에 추운 곳에 있다가 실내에 들어가면 몸이 노곤하고 졸음이 오기 쉽지요.
바깥 찬 공기에서 온몸의 말초혈관이 움츠러들었다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많은 양의 혈액이
다시 온몸으로 퍼지기 때문에 혈액순환이 늘어나 일시적으로 뇌가 피곤해지기 때문이에요.
밥을 먹고 나서 소화를 시킬 때 위장으로 가는 혈액이 늘어나면서 졸음이 오는 것과 비슷하죠.
이처럼 뇌는 햇빛과 주위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답니다. 그래야 사계절 내내 주위 환경에 가장 적합한
상태가 되도록 우리 몸의 모든 기관을 조절할 수 있으니 어쩌면 당연하겠죠.
겨울철에는 아침 일찍 밝은 전등을 켜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몸을 움직여 주는 것이 좋아요.
그래야 뇌를 자극해서 상쾌한 기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人文,社會科學 > 科學과 未來,環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극 빙하 속 잠든 바이러스..지구온난화로 깨어난다 (0) | 2018.12.23 |
---|---|
[신문은 선생님] [나해란의 뇌과학 교실] 몸 움직이면 도파민·세로토닌 분비… 의욕 북돋아주죠 (0) | 2018.12.23 |
[신문은 선생님] [나해란의 뇌과학 교실] 뇌세포는 통증 못 느껴… 뇌 둘러싼 뼈·피부가 아픈 거예요 (0) | 2018.12.18 |
과학 연구의 최전선을 담은 올해 최고의 사진들 (0) | 2018.12.17 |
[신문은 선생님] [나해란의 뇌과학 교실] 자전거 타는 법 잊지 않는 이유?… 뇌 깊숙이 저장하기 때문 (0) | 2018.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