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2.03 성남=권상은 기자 춘천=정성원 기자 청주=신정훈 기자 울산=김주영 기자 김선엽 기자)
[현금복지 중독]
전국 광역지자체 17곳 중 16곳 복지예산 늘려
2일 본지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의 올해 현금 복지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청년' '드림' '희망' '취업' 등의 이름을 붙인
제도들이 판박이처럼 양산되고 있었다. 재정 상황에 관계없이 각종 명목으로 현금 복지를 신설하는 자치단체들이 늘어나면서,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던 단체들까지 뒤따라 동참하고 있다.
대표적 '후발 주자'가 대구광역시다. 그동안 다른 광역단체에 비해 복지 예산 편성에 보수적이었지만,
올해 '청년사회진입 활동지원금'과 '청년 희망적금' 등 2건의 현금 복지 제도를 신설했다.
다른 광역단체도 젊은 층을 겨냥해 청년 현금 복지를 확충한다.
인천이 미취업 청년에게 지급하는 '드림 체크카드'를, 울산과 부산이 각각 '청년수당' '청년월세지원'을 선보인다.
대전은 지난해 도입한 '청년취업희망카드' 제도를 올해도 이어간다.
성남발(發) 현금 복지 바람을 지핀 이재명 지사가 이끄는 경기도는 올해 1227억원을 투입하는 '청년배당'과,
최초 국민연금 보험료를 1회 지원하는 '생애최초 국민연금 지원 제도' 등 현금 복지 5건을 신설했다.
전남도도 올해 '취업자주거지원금지원' 등 4개를 시작한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벤치마킹한 뒤 조금씩 변형시킨 '유사 현금복지'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제주도가 2017년부터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해녀 문화를 보존한다"는 취지로 70세 이상 현직 해녀를 위한 '해녀수당'
(월 10만~20만원)을 신설하자,
충청북도는 올해부터 "경로당 이용을 활성화해 고령화에 따른 각종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경로당지키미 수당'을 도입했다.
마을 경로당을 관리하는 대한노인회 지역별 분회장들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한다.
전남 해남군도 올해 고령자가 많은 지역 농가를 위한 '농민 수당'을 도입해 해마다 60만원씩 지역 상품권으로 주기로 했다.
이 같은 현금 복지 양산은 지방자치단체들의 무리한 선거 공약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청년기능수당'을,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경로당지키미수당'을 선거 공약으로 걸고
당선됐다. 단체장들이 공약 이행하는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 재정건전성을 고려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복지 예산을
퍼붓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금 복지가 전방위로 확산하자 '복지가 지방 재정 건전성을 좀먹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권(30.9%)인 강원도다.
인구(154만)가 광역 도 중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적은 강원도는 "현금 복지로 인구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광역단체 최초로 육아기본수당을 신설해 오는 3월부터 신생아 가정에 4년간 매달 현금 30만원씩 준다.
올해 투입 예산은 148억8700만원이지만, 시행 4년 차인 2022년엔 1064억7000만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자
도 안팎에선 '취지는 좋아도 예산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현 정부조차 제동을 걸어 당초 월 70만원으로 책정된 수당이 보건복지부의 압박에 따라 30만원으로 낮춰졌다.
지방 재정건전성 악화 추세는 수치가 말해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작년 광역단체 17곳 중 광주를 뺀 16곳이
전년도보다 예산 중 복지 부문 비중이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과 경기 등 13곳이 같은 기간 재정자립도가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광주광역시다.
올해 광주시 복지 예산 집행 방향은 다른 시·도들과 확연히 다르다.
지난해 실시한 청년수당(30억원)을 올해엔 폐지했고, 관련 제도는 지난해 4건에서 올해 3건으로 줄이면서
예산도 46억원에서 12억8200만원으로 줄었다.
미래 재정 여건을 고려해 효과가 미미한 현금 수당 제도를 조기에 정리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퍼주기식 현금 복지는 지방 재정 악화 차원을 넘어 사회구조와 시민 의식을 개악(改惡)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연세대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는 "일하기 힘든 노인 같은 취약 계층은 현금 복지로 도와줄 수 있지만
청년들에겐 일할 기회를 줘야지 돈 주면 노동 의욕이 꺾인다"고 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 간 재정 불균형이 심하기 때문에
정부가 전체 재원을 조달하고, 지자체는 현장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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