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2.16 김태훈 논설위원·출판전문기자)
2017년 2월 미군 탱크와 장갑차가 북유럽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나타났다.
연도에 늘어선 주민들이 성조기를 흔들며 맞았다.
피켓도 보였다. '왜 이제야 왔는가.' 주민들은 구호를 외쳤다. "우리는 러시아와 싸우다 죽을 각오가 돼 있다!"
그때부터 3년 전 러시아가 무력을 써서 우크라이나 땅인 크림반도를 빼앗자 과거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국민은 소련 치하에서 신음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불안에 떨었다.
푸틴이 다음 먹이로 삼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번졌고, 정규군이 있는데도 별도로 민병대를 조직했다.
그런데 미군이 나토와 연합 훈련을 하려고 에스토니아 땅에 들어오자 국민이 쌍수를 들고 환영 나온 것이다.
▶엊그제 동유럽 순방길에 오른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첫 방문지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미국 전 대통령 레이건의
동상을 찾았다. 폼페이오는 "우리 대사관 근처에 있는 이 기념물이 양국 관계를 상징한다"고 했다.
헝가리뿐만이 아니다. 근년 들어 폴란드·조지아·루마니아·불가리아 등에도 레이건 탄생 100주년을 맞은
2011년부터 10개 넘는 레이건 동상과 기념물이 들어섰다.
▶폴란드 바르샤바에 레이건 동상을 세우던 날 바웬사 전 대통령이 기념사를 했다.
"동유럽 전체에 핵무기와 함께 100만명 넘는 소련군이 진주해 있었고, 이 중 20만명은 폴란드에 있었다.
핵전쟁이 아니고선 어떤 변화도 상상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 '레이건 대통령'이란 축복이 변화를 이뤄냈다. 그것도 평화적으로."
▶당시 레이건은 '말'보다는 '힘'을 앞세운 평화를 믿었다. 대표적 사례가 1986년 레이캬비크 미·소 정상회담이다.
고르바초프가 제안했다. "우주를 군비 경쟁의 장으로 만들지 말고 전략방위구상(SDI)을 철회해 주길 바란다."
힘에 밀린 측의 '애원'이었다. 그러나 레이건은 문제를 현실적으로 파악했다.
소련은 브레즈네프 때부터 재정 수입보다 군비 지출 증가가 곱절에 이르렀지만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을 잘 알던 레이건은 고르바초프를 압박했고 더 많은 양보를 얻어냈다.
▶탈린 시민들이 두 손 들어 미군을 맞이하는 것은 냉전을 끝내고 자유를 선사한 30년 전 고마움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옆에 러시아라는 위험이 아직 상존한다는 냉엄한 현실을 깨달은 결과다.
북 핵탄두와 미사일을 엎드리면 코 닿는 거리에 두고 있는 한국에서 주한 미군 철수 얘기가 잦아지는 상황이 자꾸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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