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 "北의 실험 원치 않을 뿐"..文대통령도 그런가
문화일보 2019.02.18. 12: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회담이 1주일 남짓 앞이지만 아직 모든 것이 오리무중이다. 단순히 예측 불허라기보다 한국 안보에 최악의 상황으로 흐를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이런 상황을 막으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고, 때로는 더 나쁜 쪽으로 부채질하는 경향까지 비친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단지 북한의 실험을 원치 않을 뿐”이라고 말한 것은 중대한 문제다. 핵·미사일 전면 폐기를 위한 신고·검증 및 이를 위한 로드맵 마련이 기본인데, 거기에 훨씬 못 미치는 ‘핵·미사일 생산 모라토리엄’도 아니고 ‘실험 모라토리엄’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6차례 핵실험은 물론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과시할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 추가 실험을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실험만 중단하면 큰 성과인 것처럼 생각하고, 상응하는 양보를 생각하고 있다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닌 것이다. 이번 회담도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회담과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 전략대로 될 위험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를 내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고 밝혀 더욱 그렇다.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충 합의하는 모양새만 연출하고, 미국민을 향해 최상의 합의라고 자화자찬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이 되고, 한국은 인질이 된다.
이제 한국이 이런 나쁜 거래를 막아야 한다. 유일한 지렛대는 대북 제재의 유지·강화이다. 다시 북한 측에 핵무기와 체제 유지의 택일을 강요해야 한다. 그런데 문 정부는 반대로 움직이려는 듯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13일 “제재 완화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자 청와대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거론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연연하며 제재 완화에 앞장선다면 그것은 안보 자살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회담에서 이런 원칙을 전하고 스스로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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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스몰딜' 합의 가능성, 기존 핵은?..비핵화 로드맵 관건
뉴스12019.02.18. 17:52
로드맵 작성은 스몰딜(핵동결) 우려 덜어줄 안전장치
이달 말 베트남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현실적 목표는 핵동결 합의라는 주장이 미국 조야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북미 간 '스몰딜'로 한국만 위험성을 떠안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비핵화 로드맵 작성은 안전 장치로 여겨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 "서두르지 않겠다. 우리는 단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테스트를 원하지 않을 뿐”이라고 밝혀 미국이 2차 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대신에 동결에 목표를 맞추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달 중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 구축 능력을 줄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미 국무부와 국제개발처(USAID)가 발간한 동아태 지역 전략 보고서는 북핵 협상 전략에서 북핵 동결과 핵물질 생산 중단 등을 단기 목표로 상정하기도 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 특보도 지난달 22일 2차 정상회담에선 비핵화를 위한 중간 목표로 핵 동결 합의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미국이 회담 목표치를 낮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북미가 제재 완화와 본토 안전을 맞교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한국은 북한 위험을 고스란이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 우려의 배경이다.
미국 내에서 부상하는 핵동결 주장에는 본토 안전이 우선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비핵화 진전을 위해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도 담겨져 있다.
아인혼 특보는 "트럼프 정부는 초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길 원한다. 하지만 저는 그 성공 여부를 회의적으로 본다"며 "트럼프 정부 내에서도 북한 비핵화가 당장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단계적으로 이뤄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매트’의 안키트 판다 선임 에디터와 존 워든 미국국방연구원(IDA) 연구원은 지난 13일 핵물리학회지(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기고문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장기 목표로 북 핵폐기를 유지하면서도 북핵 능력 제거보다는 질적, 양적 제한(limit)을 중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미국의 일방적 비핵화 요구로 협상이 실패하면 2017년과 같은 위험한 대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북한 비핵화의 신기루를 좇아서 점진적 관계정상화에 나서는 것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협상을 벌이는 동안 핵물질 생산은 계속되고, 핵능력은 고도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핵동결을 중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현실론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북미 후속 협상이 지체돼 북핵이 공인되는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는 우려는 남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핵화 로드맵 작성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7일 "(미) 행정부 관리들은 (북미) 각자가 취해야 할 일련의 조치들을 담은 비핵화 로드맵과 함께 하노이를 떠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동결·폐기 플러스 알파(+α)와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드맵 작성은 이 같은 합의가 미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안전 장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지난달 말 강연에서 비핵화 조치를 언급하며 "이 모든 것은 우리가 북미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 구축을 위해 필요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핵심적인 실무 협상의 로드맵을 통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지난 15일 간담회에서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 시설을 포괄적으로 신고하고 검증가능한 동결을 하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 중요하다"면서 "미국입장은 (철저한 이행을 위해) 기본적으로 로드맵과 시간표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북미가 로드맵에 합의하지 않으면 결국 서로 배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미 정상이 "하노이에서 1박2일로 만나기 때문에 로드맵이 다 나올 순 없다"며 "거기서 기본 합의하고 워킹그룹 만들어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allday3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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