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3.09 이미도 외화 번역가)
아이가 아빠에게 천진난만하게 묻습니다.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 부모가 잠을 따로 자는 거야? (When a country goes through an economic crisis
parents stop sleeping together)?" 세 러브스토리를 하나로 연결한 장편 '나의 사랑, 그리스(Worlds Apart·사진)'는
이 질문을 화두(話頭)로 던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에 다니는 지오르그는 아내와 따로 잔 지 오래입니다. 그가 새 사랑을 만납니다.
상대는 그의 직장을 구조조정하러 온 스웨덴 여성 중역.
지오르그의 어머니 마리아는 남편과 따로 삽니다.
실직한 남편이 급진주의자들과 어울려 저지른 만행이 딸의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입니다.
영혼이 산산조각 난 그녀 앞에 독일인 역사학자가 등장해 구애합니다.
지오르그의 여동생 다프네도 운명적 사랑에 빠집니다.
상대는 난민 청년. 강도를 만난 다프네를 그가 구해준 게 인연의 시작입니다.
과연 이들은 온갖 고난을 사랑으로 극복하는 신화 속 에로스와 프시케 같은 쌍이 될까요.
때는 2015년. 무대는 과도한 국가 부채 때문에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
불행하게도 지오르그, 마리아, 다프네의 사랑은 무참하게 부서지거나 크게 상처받습니다.
그들 다 극심한 경제난과 밀려드는 난민들을 향한 급진주의자들의 비관용(非寬容) 및 적대감에 희생됩니다.
대단원에서 영화는 폭력을 예방하고 평화를 지키는 위대한 힘이야말로 사랑이라고 설파(說破)합니다.
그렇다면 사랑은 무엇이 선행돼야 완성될 수 있을까요. 흑인 해방 운동가 맬컴 엑스는 이렇게 답을 제시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알아야 한다.
더 잘 알아야 더 이해하고, 더 잘 이해해야 더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해야 더 인내하고,
더 많이 인내해야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다(We need more light about each other. Light creates understanding,
understanding creates love, love creates patience, and patience creates unity).'
나의 사랑, 그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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