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3.16 어수웅·주말뉴스부장)
[魚友야담]
승리, 위대한 개츠비라니
어수웅·주말뉴스부장
자부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고백이지만, 클럽 버닝썬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승리'라는 이름을
몰랐습니다. '빅뱅' '방탄소년단'의 이름은 들어봤어도, 그 안의 멤버 이름까지는 모르는
아이돌맹(盲)이었던 거죠.
같이 늙어가는 게 반가운 또래 가수들이 있었으니, 취향도 세대도 다른 아이돌을 모른다고
부끄러울 이유는 없었습니다.
성접대, 몰카 공유, 마약, 경찰 유착 등 반사회적 범죄로 확장되는 이 사건은 이제 우리 시대의 무법(無法)지대가
조폭이 아니라 일부 연예인과 연예기획사 커넥션으로 옮겨간다는 의심을 더 크게 만듭니다.
인기에 취한 스스로의 오만과 한류 허울에 눈감은 기성세대의 태만이 함께 빚은 괴물들이죠.
이 사건에서 제 관심을 끈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승리는 자타칭 '위대한 승츠비'로 부르고, 불렸다고 하더군요.
'승리'와 '위대한 개츠비'의 합성어. 주지하다시피 '위대한 개츠비'는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소설입니다.
미국 현대 문학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죠.
빅뱅의 전성기가 지나면서 승리는 사업에 매진했다고 합니다.
MBC '나혼자 산다', SBS '미운 우리 새끼' 등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클럽과 일본 라면 프랜차이즈 사업을 펼치는
비즈니스맨 이미지를 내세웠다는군요. 소설 속 개츠비는 매일 밤 호화 파티를 벌이죠. 승리는 '위대한 승츠비'라는 별명이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던 회사를 통해 '승츠비'라는 이름을 상표 출원까지 했다니까요.
하지만 승리가 개츠비를 실제로 읽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가 호화 파티를 열 수 있었던 비결은 범죄 조직과 손잡고 불법 주류 밀매로 쌓은 돈 덕분이었거든요.
그리고 하나 더. 개츠비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강한 자존감의 소유자였고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야심의 보유자였습니다.표면은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개츠비는 동시에 가없이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였죠.
성접대와 성몰카가 아니라, 데이지라는 한 여자만을 끝까지 사랑했고 변하지 않는 정열을 바친 사랑의 화신.
개츠비는 그렇게 전설이 된 이름입니다. 한 여인에 대한 변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으로 말이죠.
참고로, 지금 승리가 받고 있는 첫 번째 혐의는 '성매매 알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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