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의 어린이날 또한 5월 5일 입니다. 하지만 기원은 다릅니다. 음력 5월 5일 단오절을 기념하기 위해 무사의 갑옷과 투구로 집 안을 꾸미고 집 밖에는 ‘고이노보리(こいのぼり)’라 부르는 입이 커다란 잉어를 깃대에 매답니다. 갑옷의 강인한 모습과 바람이 불때마다 힘차게 흔들리는 잉어의 모습을 통해 남자아이의 건강과 출세를 기원한 것이지요. 이 전통 축제에서 양력 5월 5일이 남자 어린이의 날이 되었습니다.
여자 어린이의 날은 양력 3월 3일로 따로 제정되었는데요. 이 또한 음력 3월 3일에 열렸던 여자 어린이의 성장을 축하하는 ‘히나마쓰리(ひなまつり)’라는 전통축제에서 유래됐습니다. 이때 여자아이들은 ‘히나(ひな)’라는 전통의상을 입은 인형 같은 기모노를 입고, 어쩔 때는 어머니와 같이 모녀가 기모노를 입어 ‘패밀리 룩’을 연출합니다. 이처럼 각 가정마다 갑옷과 기모노 같은 패션을 통해 아이들을 축복합니다.
5월은 많은 커플들이 결혼식을 올리는 가정이 만들어지는 달이기도 합니다. 서양에서는 신랑 친구들이 들러리를 설 때 턱시도를 통일해서 입거나 넥타이를 같은 색으로 맵니다. 신부 들러리들은 동일한 디자인과 색상의 드레스를 신부가 웨딩드레스를 고를 때 같이 선정해 결혼식의 흥을 돋워줍니다.
한국에서는 이 들러리 문화가 가족 문화 속으로 동화됐습니다. 신랑 어머니는 하늘색 계열의 한복을, 신부 어머니는 분홍색 계열의 한복을 같은 옷감과 디자인으로 제작해 앞으로 하나가 될 가족의 화합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죠. 자매나 시누이, 올케 같은 여성 친족들은 패밀리 룩에 더욱 적극적입니다. 딸 부잣집의 칠순, 팔순 잔치 사진을 보면 그 집안의 가풍과 기호를 알 수 있을 정도로 패밀리 룩은 우리 가족문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요즘의 패밀리 룩 또한 그렇게 딱딱하지 않습니다. 가족의 행사가 아니더라도 나들이나 일상에서 쉽게 입습니다. 아빠, 엄마, 아이들이 색상만 달리한 후드티를 입기도 하고, 가족들의 이름이나 약자, 별명 등을 프린트한 티셔츠를 만들어 입습니다. 아니면 이미 갖고 있는 청바지를 같이 입음으로서 패밀리 룩을 완성하기도 하죠. 가족여행에서 함께 입는 패밀리 룩은 공항, 휴양지 패션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이미 인기몰이 중입니다.
패션에서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이 잘 맞아 떨어지네요. 돌아오는 가족모임이나 행사에 형제, 자매끼리라도 패밀리 룩을 연출해 보세요. 부모님께도 패밀리 룩을 연출 할 수 있는 의상을 깜짝 선물로 드려 보시기도 하구요. 가족식사에서도 음식사진만 찍지 마시고 패밀리 룩을 입은 추억사진을 하나 남겨 보세요. 그 어떤 선물보다도 마음이 행복해지는 하루가 될 듯 합니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 홍익대 미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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