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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경제가 희비 가른 트럼프와 문재인/국민과 점점 멀어져가는 文대통령, 누구를 위한 '적폐청산'인가

바람아님 2019. 5. 10. 09:20

[이유식 칼럼] 경제가 희비 가른 트럼프와 문재인

한국일보 2019.05.09. 18:03

 

1분기 성장 미국 3.2%, 한국 -0.3%로 대비

경제성적 반영 文정부 지지율 반토막 ‘휘청’

집권 3년 맞아 국정 로드맵 전면 리셋해야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 기념해 더불어민주당이 9일 문 대통령의 미니어처가 들어간 스노볼 등 ‘문재인 굿즈’를 출시해 전시했다. 이 기념품은 13일부터 민주당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국정지지율이 취임 100일 이후 가장 높은 43%를 기록했다. 건강보험, 인종, 이민정책, 외교 등에서 깎아먹은 점수를 경제가 일거에 만회한 덕분이다. 그의 성적표는 1분기 3.2%(연율) 깜짝 성장으로 압축된다. 실업률은 반세기 만에 가장 낮은 3.6%로 집계됐고, 인플레는 2%를 밑돌며, 노동생산성도 2.4% 대폭 상승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신고립주의 슬로건 아래 대외적으로 보호무역, 대내적으로 감세와 규제 완화를 밀어붙인 트럼프의 ‘꿩잡는 게 매’ 전략이 통한 셈이다. 경제 분야 지지율 56%엔 반트럼프 세력도 적잖이 포함됐다는 후문이다.

반면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을 공격해온 민주당은 곤혹스럽다. ‘너무 나간다’는 부정적 반응이 50% 가깝게 늘어나서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진영이 크게 고무될 만하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전 트럼프는 트위터에 27년 전 대선에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를 승리로 이끈 선거구호 ‘바보야 문제는 경제다(It’s the econmy, stupid)’를 올리고 “기억하라”고 외쳤다. 그의 비서실장은 한술 더 떠 “4년 전보다 더 살기 좋아졌나요. 쉽고 간단합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입니다”라고 떠벌렸다.


취임 2주년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사회 원로 12인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가 참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손엔 적폐청산, 다른 손엔 일자리 정부라는 기치 아래 역사와 정의를 바로 세우고 불평등ㆍ양극화를 해소하는 일에 힘을 쏟아왔는데, 도처에서 “방향과 속도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 등 J노믹스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던 올 1분기 성장률은 -0.3%로 뒷걸음질해 10년 만의 최저 불명예를 안았고, 50조원 이상 퍼부은 일자리 예산은 ‘밑 빠진 독에 물 부은’ 꼴이 됐다. 촛불을 왜곡한 내로남불 정치는 여의도를 전쟁터로 만들어, 여야는 동반자는커녕 원수가 됐다. 문 대통령은 국내정치의 불화가 모두 야당의 외면과 비협조 때문인 것처럼 얘기했으나 협치가 말로 되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어떨까. 취임 1년까지 80%를 넘나들며 고공행진하던 지지율은 지난해 말부터 고꾸라지기 시작, 최근 40%대 중후반대로 추락했다. 집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선득표율(41%)에 근접해 긍ㆍ부정이 역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낙제점에 가깝던 경제 성적을 가려주고 메워줬던 북한 비핵화 외교ㆍ안보 성과가 북미 ‘하노이 노딜’ 이후 모래성처럼 무너진 까닭이다. 지난해 이맘 때 노벨평화상 얘기가 나왔을 때 “상은 트럼프에게 주고 난 평화만 받겠다”고 김칫국을 마신 것이 민망할 정도다.


이 지점에서 문 대통령이 새겨들을 얘기가 있다. 올해 초 한 여권 고위인사는 “누구와 만나도 대화 주제는 경제가 80%, 평화와 적폐청산이 20% 정도인데, 대통령의 얘기는 평화가 80%이고 나머지가 20%”라며 “대통령과 국민의 관심이 다른 것도 문제지만, 포용성장 등 새 길을 가려면 리스크를 사전 점검하는 등 세밀한 전략이 필요한데 저항세력에 밀리지 않겠다는 오기와 의욕만 넘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치가 본래 어려운 것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정치를 어렵게 만들고 갈등을 부추겼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 대통령과 만난 원로들이 “경청하고 공감한다고 했지만 고지식한 고집이 더 느껴졌다”며 실망하는 것도 따져볼 대목이다.

 

1년 전 문 대통령 지지율은 천정부지였고 트럼프는 바닥을 헤맸다. 지금 트럼프는 야당을 조롱하며 재선 가도를 치닫고 있다. 민주당의 지방선거 싹쓸이를 이끈 문 정권은 인사ㆍ정책의 자충수를 거듭하며 자유한국당을 키운 탓에 부메랑을 맞고 있다. 양자를 가른 것은 한마디로 경제 성과다. 삶이 고달프면 적폐청산도, 개혁도, 평화도 다 꼴보기 싫은 법이다. 빨리 ‘리셋(reset)’하고 보다 실용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으면 11개월 뒤 총선에서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 모른다. 비주류인 이인영 의원이 친문 후보인 김태년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민주당 원내대표가 된 작은 반란의 의미도 곱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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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mailto: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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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점점 멀어져가는 文대통령, 누구를 위한 '적폐청산'인가


동아일보 2019.05.09. 15:48

 

원로회동 자리서 '소통의 벽' 여실
목적 모를 적폐청산은 끝 안보이고.. 경제-인사-외교 失政에 우려 목소리
교만하고 독선적인 靑-여당 태도.. 거만한 지도자는 결국 버림 받는다
동아일보 DB
지난주에 있었던 대통령과 사회원로들의 회동은 국민들의 큰 관심과 기대를 모은 행사였다. 국회는 기능을 상실했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40%대로 추락했는가 하면 국민 전체가 양분되는 무질서가 걱정되는 때였다. 지금까지 2년에 걸친 국정이 지속되어 왔으나 한 번도 대통령과 국민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없었다. 원로들은 국민을 대표했고,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희망 있는 약속을 안겨 줄 의무가 있는 회동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은 무산된 셈이다. 아무 도움과 결과도 남겨주지 못했다. 원로들은 정중한 자세로 몇 가지 발언과 요청을 했으나 대통령의 대답은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목표에는 잘못이 없으니까 믿고 따르라는 취지였다. 오히려 현재의 난국과 혼란을 만드는 책임은 야당과 반정부 정치인들의 소행에 있다는 견해였다.


적폐청산의 문제도 제기했다. 국민들은 2년이나 계속된 수사에도 아직 미완성으로 여기는 청산의 결과와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다. 청산의 대상은 현 정부와 대립하거나 무관한 정치 책임자들이다. 그들을 제외시킨 자리에는 대통령의 뜻을 추종하는 인물로 대치한다. 담당분야의 전문가나 지도자는 소외당하는 실정이다. 그러기에 국민들은 여당 대표가 말하는 대로 영구집권을 위한 목적이 아닌지 의심한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협치와 통합을 약속했다. 그러나 원로들에게는 적폐청산이 완료되면 협치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누구와 어떻게 협치 하겠다는 뜻인지 국민은 이해하기 힘들다. 전 세기부터 여러 나라에서 공산정권이 수립된 과정과 사실을 보면 명칭은 다르더라도 유사한 인적 청산의 과거가 있었다. 국민은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명백한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


국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경제정책도 그렇다. 대통령도 현재 한국경제의 기반은 견고하다고 말했다. 그 기틀을 만든 것은 수십 년에 걸친 정부와 국민의 공감과 노력에서 쌓아 올린 업적이다. 그렇다면 세계경제의 현장인 자유시장경제의 궤도 위에서 개선과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 상식이다. 시장경제의 주체는 경제전문인들의 과업이다. 주어진 자원이 없는 우리에게는 그들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청와대가 추진하는 정책은 정부주도 정책을 강화하는 의혹을 갖게 한다. 그 방법을 택했던 북한은 우리보다 월등한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절대빈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도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시장경제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청와대가 주도해 온 국내정책들은 국제경제의 큰 틀에서 보면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더 많은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염원하는 정신만 갖추고 있다면 경제의 상승과 더불어 시간이 해결해 줄 과제들이다. 경제 후진국가일수록 정부주도의 경제정책을 택하나, 선진국에서는 경제인과 기업인의 자유 시장경제를 통한 기여와 공헌을 추구한다.


대통령은 친북좌파라는 개념이 정치와 외교무대에서 사라지기를 원한다. 국민의 뜻도 마찬가지다. 도움이 되지 않는 개념과 정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와대의 독주나 폭 좁은 정책을 시정해야 한다. 이번에 벌어진 통일부 장관 선출과 같은 방법과 인선으로서는 국민적 지원을 얻지 못한다. 야당도 참여하는 범국민적 조직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치적 통일정책에 선행되는 남북 간의 자연스러운 인적교류가 가능해야 하며, 문화적 접근이 뒤따른다. 다음 단계가 경제적 협력이다. 정치와 군사문제 등은 그런 선행조건이 없이는 결실을 얻기 어렵다. 문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정권이 대한민국과 우리정부에 대하는 태도는 대한민국의 국격(國格)과 존엄성을 우롱하는 자세이다.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었는지 반성해야 할 과제이다.


끝으로 한 가지 국민적 요청이 있다. 우리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도 교만스러운 자세와 독선적 파워로 국민들을 대하는 인상을 준다. 여당대표들의 발언은 우리의 정책과 정치적 목적에 반기를 든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런 억압적 자세를 받아들이면서 복종할 국민이라면 국가의 장래가 어떻게 되겠는가. 때로는 서로 존중히 여겨야 할 입법부와 사법부까지도 행정권 밑으로 끌어들이려는 과오를 범하는 것 같다. 민주주의 상식과 어긋나는 모습이다. 대통령과 국민의 거리를 멀게 하는 요소는 청와대와 여당 일부의 국민을 얕보는 고자세에 있다. 겸손한 지도자는 존경을 받으나 거만한 지도층은 버림을 받는다. 국민은 자유와 인간애가 살아 숨 쉬는 민주정치를 원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