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9.05.10 00:17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앞두고 국내 저명 학자들이 같은 주제로 전혀 다른 색깔의 주장을 펼친다. 성장을 중시하는 ‘서강학파’가 이끄는 서강대 남덕우기념사업회의 ‘문재인 정부 2년, 경제를 평가하다’ 토론회(이하 토론회)와 균형성장론을 내세우는 ‘학현학파’가 주축인 서울사회경제연구소의 ‘문재인 정부 2년, 경제정책의 평가와 과제’ 심포지엄(이하 심포지엄)이다.
둘 다 정부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방향’은 극명히 엇갈렸다.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 정책(소주성)이 어떤 부작용을 일으켰는지 짚었다. 반면에 심포지엄에서는 정부의 개혁 의지가 약해지면서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강학파가 소주성의 고삐를 늦출 것을 주문했다면, 학현학파는 반대로 속도를 내라며 채찍질하는 모양새다.
서강학파 “투자·고용 모두 역성장”
둘 다 정부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방향’은 극명히 엇갈렸다.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 정책(소주성)이 어떤 부작용을 일으켰는지 짚었다. 반면에 심포지엄에서는 정부의 개혁 의지가 약해지면서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강학파가 소주성의 고삐를 늦출 것을 주문했다면, 학현학파는 반대로 속도를 내라며 채찍질하는 모양새다.
서강학파 “투자·고용 모두 역성장”
서강학파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와 이승윤·김만제 전 경제부총리 등 서강대 교수 출신들이 이끈 학자·관료 집단으로 박정희 정부 때부터 정부의 수출 주도, 중화학공업 중심의 정책을 진두지휘해 왔다. ‘소주성은 근거 자료와 논리가 미흡해 되레 경기 위축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던 서강학파는 최근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 인물이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다. 현 정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역임한 그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 등 포퓰리즘 정책이 양극화를 심화시킨 결과를 초래했다” “경제 체력이 점점 약화하고 있고 경제 활력마저 떨어져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등 ‘돌직구’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월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선 최인·이윤수 서강대 교수가 ‘신정부 거시경제 성과의 실증 평가’라는 주제발표에서 정책 추진 전인 2013년 1분기∼2017년 2분기와 이후인 2017년 3분기∼지난해 3분기까지 경제 지표를 비교한 결과 투자성장률은 5.14%포인트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성장률도 같은 기간 각각 0.13%포인트, 0.16%포인트 줄었다. 그나마 민간 소비성장률이 올랐지만 이는 수입품 소비가 늘어난 결과로, 내수에 미치는 효과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열린 토론회에서는 소주성의 핵심 전제가 된 ‘임금 없는 성장’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한국 경제의 노동생산성과 임금’ 주제발표에서 “실질 임금상승률이 취업자 1인당 실질 GDP 증가율보다 낮았다(박종규·장하성·홍장표 등의)는 기존 문헌 주장은 ‘해석상의 오류’에서 출발한 것임을 확인했다”며 “오류를 교정한 결과 취업자 1인당 GDP 증가율과 임금 증가율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병태 KAIST 교수,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 등 서강학파로 분류되지 않는 교수들도 이날 토론회에서 쓴소리를 던졌다.
학현학파 “대기업 투자 효과 제한적”
대표적 인물이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다. 현 정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역임한 그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 등 포퓰리즘 정책이 양극화를 심화시킨 결과를 초래했다” “경제 체력이 점점 약화하고 있고 경제 활력마저 떨어져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등 ‘돌직구’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월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선 최인·이윤수 서강대 교수가 ‘신정부 거시경제 성과의 실증 평가’라는 주제발표에서 정책 추진 전인 2013년 1분기∼2017년 2분기와 이후인 2017년 3분기∼지난해 3분기까지 경제 지표를 비교한 결과 투자성장률은 5.14%포인트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성장률도 같은 기간 각각 0.13%포인트, 0.16%포인트 줄었다. 그나마 민간 소비성장률이 올랐지만 이는 수입품 소비가 늘어난 결과로, 내수에 미치는 효과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열린 토론회에서는 소주성의 핵심 전제가 된 ‘임금 없는 성장’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한국 경제의 노동생산성과 임금’ 주제발표에서 “실질 임금상승률이 취업자 1인당 실질 GDP 증가율보다 낮았다(박종규·장하성·홍장표 등의)는 기존 문헌 주장은 ‘해석상의 오류’에서 출발한 것임을 확인했다”며 “오류를 교정한 결과 취업자 1인당 GDP 증가율과 임금 증가율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병태 KAIST 교수,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 등 서강학파로 분류되지 않는 교수들도 이날 토론회에서 쓴소리를 던졌다.
학현학파 “대기업 투자 효과 제한적”
반면에 학현학파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분배경제학을 가르쳤던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를 따르는 진보개혁적 경제학자들의 모임이다. 학현은 변 교수의 아호다. 문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맡아 소주성의 이론적 바탕을 제공한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제민 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강신욱 통계청장 등이 학현학파로 분류된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가 10일 심포지엄에 앞서 공개한 교수들의 발표문에 따르면 주상영 건국대 교수는 소주성에 대해 “노동에 대한 대가를 공정하게 지불하는 시장 관행을 정착시키고, 국가가 앞장서 사람에게 투자해 소득·소비·투자가 선순환하는 국민경제 발전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불평등 축소를 위한 정책 노력이 장기적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자 대기업 중심의 투자 활성화와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등 경제정책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질책이 더 많이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2018년 지방선거 이후로 친재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을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재벌과 노조에 서로 양보와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사회보장제도와 사적 자산 축적에서 노동시장의 지위에 따른 불평등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규호 한신대 교수는 “기존 방식의 대규모 기업투자는 단기적인 효과에 그치면서 혁신적 성장의 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학현학파와 사제·선후배로 얽혀 있는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권에 우호적인 학현학파가 애정 어린 비판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소주성에 문제를 제기는 쪽은 서강학파만이 아닌 주류 경제학계 전반에 펼쳐져 있다는 점에서 이를 ‘학파 간 논쟁’으로 보는 것은 좁은 시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이제민 부의장은 기존 학현학파와는 결이 다른 발언을 했다. 그는 이날 국민경제자문회의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경제정책 방향은 적절했다”면서도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는 조치지만 속도와 방법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았고, 노사관계 개선과 사회 협약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세종=손해용·김도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서울사회경제연구소가 10일 심포지엄에 앞서 공개한 교수들의 발표문에 따르면 주상영 건국대 교수는 소주성에 대해 “노동에 대한 대가를 공정하게 지불하는 시장 관행을 정착시키고, 국가가 앞장서 사람에게 투자해 소득·소비·투자가 선순환하는 국민경제 발전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불평등 축소를 위한 정책 노력이 장기적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자 대기업 중심의 투자 활성화와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등 경제정책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질책이 더 많이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2018년 지방선거 이후로 친재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을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재벌과 노조에 서로 양보와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사회보장제도와 사적 자산 축적에서 노동시장의 지위에 따른 불평등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규호 한신대 교수는 “기존 방식의 대규모 기업투자는 단기적인 효과에 그치면서 혁신적 성장의 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학현학파와 사제·선후배로 얽혀 있는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권에 우호적인 학현학파가 애정 어린 비판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소주성에 문제를 제기는 쪽은 서강학파만이 아닌 주류 경제학계 전반에 펼쳐져 있다는 점에서 이를 ‘학파 간 논쟁’으로 보는 것은 좁은 시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이제민 부의장은 기존 학현학파와는 결이 다른 발언을 했다. 그는 이날 국민경제자문회의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경제정책 방향은 적절했다”면서도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는 조치지만 속도와 방법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았고, 노사관계 개선과 사회 협약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세종=손해용·김도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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