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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제주포럼에서 한국 외교에 쏟아진 고언 경청하길

바람아님 2019. 6. 1. 04:15


중앙일보 2019.05.31. 00:28

 

어제 제주에서 열린 제14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는 북핵 위기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세계적 석학과 전문가들의 고언과 조언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해까지 미국 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였던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사전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을 대화의 장에 나오게 하는 데 큰 노력을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이 문 정부의 대북 정책에 우려를 품은 대목들을 밝히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줄기차게 완화를 요구해 온 대북 제재에 대해 그는 “매우 효과적”이라며 “(제재를) 더욱 조이기 위한 새 요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북한 미사일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잘못이며,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대북 인도적 지원도 “북한이 원하지 않기에 (성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런 지적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조셉 윤의 말마따나 북핵 위기가 전쟁으로 치달을 우려를 막기 위해 정부가 기울여 온 노력은 평가받을 만했다. 그러나 오로지 ‘북한 바라기’식 외교에만 치중하는 바람에 ‘코리아 패싱’이란 말이 일상화할 만큼 우리의 외교적 입지가 축소된 데 대해선 냉정한 반성이 절실하다.


지금 동북아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아시아 외교안보회의에 이어 6월 28~29일 일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강의 외교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한국만 ‘외톨이’가 될 우려가 커지고 있으니 걱정이다. 당장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월 말 당일치기식 방한 외에는 주요국 정상들과 회담 일정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G20 회의를 전후로 추진해 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G20 회의 참석을 계기로 열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마저 성사가 불투명하다.


이러는 사이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철통 수준으로 굳히고, 중국과도 오랜 갈등에서 벗어나 중·일 정상회담을 여는 등 날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G20 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대신 미·일·인도 정상회의를 열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가시화할 방침이다. 한국이 동북아에서 급속히 ‘변방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미 동맹을 외교의 근간으로 삼고, 빈사 상태의 한·일 관계 회복에 즉각 나서야 한다. 한국의 외교력은 미국이 힘을 실어주고, 일본과도 우호관계를 유지할 때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