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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의 마음읽기] 나도 내 마음을 모르기에 일어나는 일들

바람아님 2019. 7. 4. 16:26

(조선일보 2019.05.21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무엇을 하고 싶지? 뭘 해야 행복? '내 마음' 알기가 의외로 어려워
마음도 관심 가져주면 긍정·창조 에너지 되돌려 줘
문화는 마음이 좋아하는 것… 이 계절 공연·전시 가보자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인기 있는 비즈니스 심리서들을 읽어 보니 유사한 내용이 담겨 있어 흥미로웠다.

성과가 좋은 구성원에게 금전적 보상을 주면 더 열심히 일할 것이란 상식이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인데,

어떻게 하면 가장 적게 일하고 보상을 받을 것이냐는 쪽으로 생각이 움직일 수도 있고,

금전적 동기 부여가 창의력 발현, 사회 공헌 등 비금전적 동기를 약하게 해 일에 대한 열정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전적 보상보다 '마음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사람은 열정적으로 일에 몰입한다는 것이다.

좋은 이야기이긴 한데 실제 적용하기는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는 유행가 가사처럼 내 마음을 아는 일이 의외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적지 않다.


한 기혼 여성분이 불면증이 악화되어 연유를 물으니 남편의 로망이 주말 농장이었는데 드디어 친구들과 시골에 땅을

마련하여 농사를 지으러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은 도시를 좋아하는 여성이라 시골에 내려가는 것이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2주 후 다시 뵙게 되었는데, 결과는 흙이 좋아 내려간 남편은 땅을 만지는 순간 도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억지로 내려간 본인은 흙을 만지는 순간 이것이 내 인생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도시를 떠나 전원주택에 살고 싶다는

마음마저 들었다는 것이다. 불면증도 호전되었다고 한다.

많은 분이 예상치도 못한 곳이나 활동에서 삶의 만족과 행복을 경험했다고 신기해한다.

내 마음을 내가 잘 모르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 배우자와 결혼하겠느냐는 질문을 하면 '싫다, 새 사람과 살아보고 싶다'는 답이 더 많다.

배우자를 잘못 만나서라기보다 결혼 전엔 막연하게 내 마음과 잘 맞을 것 같았는데 실제 살면서 깨닫게 된,

내 마음이 진짜 원하는 배우자상은 다른 것이었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음에 잘 맞는 짝을 만난다는 측면에선 삶과 사랑에 대한 경험이 쌓여 어느 정도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된 후 결혼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일부러 결혼을 늦게 할 필요는 없겠지만 늦어진 상황이라 하여 너무 속상해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윤대현의 마음읽기] 나도 내 마음을 모르기에 일어나는 일들
/일러스트=이철원


우린 꿈을 꾼다. 그 꿈을 해석할 수 있는지 질문하면 당연하게 어렵다 하지만 사실은 이상한 상황이다.

꿈이란 영화의 제작자가 누구인가. 바로 나다.

내가 만든 영화를 내가 이해 못 하는 황당한 경험을 매일 밤 하고 있는 것이다.

꿈의 감독이 마음이다 보니 생긴 일이다.

피카소의 추상화를 보면 느낌은 오지만 논리적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느낌을 상징과 은유로 이루어진 예술 언어로 표현하여 화폭에 담았기 때문이다.

꿈도 이런 그림처럼 예술언어로 표현되기에 이해가 어렵다.

이런 예술적 창조성이 담긴 언어를 마음이 쓰는 것은 멋진 일이나 마음과 소통하는 측면에선 어려움을 준다.

내 생각과 다르게 마음이 움직이는 이유다.


부모의 이 부분만은 닮지 말아야지 굳게 마음먹었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어느 날 싫어했던 부모의 모습이

자신에게 보여 놀랐다는 분이 많다. 예를 들면 어린이날을 맞아 선물을 사는데 딸보다 아들을 편애하는 자신의 마음을

발견해 깜짝 놀랐다는 엄마의 고민이다.

자신의 엄마가 오빠를 편애해 자신은 절대 그러지 않으리라 수도 없이 결심했었는데 말이다.

부모는 공경해야 하는 대상이기에 어렸을 때 부모의 싫은 부분을 계속 마음에 두는 것이 고통이 된다.

그러다 보니 불편한 마음에서 벗어나고자 무의식적으로 마음이 나와 부모를 슬쩍 동일시하여 싫은 부분을 흡수한다.

머리로는 닮지 말아야지 생각해도 마음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마음은 보이지는 않지만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생 파트너다.

그래서 가끔은 시선을 내 마음에 돌려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가정의 달인 5월이 가기 전 내 마음도 가족 구성원으로 포함해 고맙다고 애정을 표현해보면 어떨까.

마음은 자신에게 관심 가져 줄 때 위로받고 힘을 얻어 보답으로 긍정, 창조, 공감 등의 에너지를 우리에게 다시 선물한다.

각자의 마음이 좋아하는 것들은 다르겠지만 문화와의 만남은 공통으로 마음이 좋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좋은 계절에 열리는 공연, 전시회 등을 찾아 내 마음에 문화를 선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