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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서가(書架)]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 美엔 없는데, 한국은 왜?

바람아님 2019. 7. 23. 11:44

(조선일보 2019.06.18 송경모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허순강 '세금 개그콘서트'


허순강 '세금 개그콘서트'프랑스 혁명 당시 세금 징수원들은 단두대 처형의 표적이었다.

인류 역사상 수많은 조세 저항 사례를 분석한 데이비드 버그의 '조세 반란의 세계사'에는

한국 사례가 단 한 건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18건이 나온다.

우리나라가 조세 투명성이 높아 그랬을까? 아니다.

우리 역시 중요한 사회 혼란기마다 세금 폭동이 있었다.

예를 들어 1954~1960년대에는 과중한 세금 부담과 세무 공무원 비리에 분노한 집단 시위가 있었고,

4·19 때는 세무서에 납세자가 난입하는 사건도 있었다.

국세청 조사국과 감사관실 출신인 허순강씨는 저서 '세금 개그콘서트'에서 우리가 세금에 무관심했고,

세금의 역사조차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으며, 결국 모든 것을 망각해버린 현실을 개탄한다.

저자는 국세청 재직 기간에 수많은 정치인·관료·기업인·전문직의 부정부패와 탈세를 직접 목격했다.

그가 잠시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미국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품었지만, 결론은 '거의 없다'였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부패한 사례는 독립전쟁 이후 단 한 건도 없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상당수 대통령이 부정부패 문제로 퇴임 후 국민을 실망시키곤 했다.


2012년 영국의 조세정의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는 부유층의 해외은닉재산 규모에서 한국이 중국·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우리는 세금에 대해 '내가 번 돈을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위층은 고액 탈세와 횡령을 일삼으면서 법망을 빠져나가고, 정치인들은 세금을 마치 내 돈인 양 써대니

어찌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내 세금이 과연 제대로 쓰이는가? 저자는 세금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꾼다.

이는 정치적 의도로 세무조사가 악용되거나, 세금이 납세자 입장에서 마지못해 내거나, 터무니없는 강탈로 비치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정당성이 인정되는 사회를 말한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세금의 의미와 운영 구조에 대해 너무 모른다.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것은 물론이고, 행정부와 입법부가 일방적으로 정해서 시행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핀란드처럼 납세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세정 개혁을 정치 지도자나 정부에만 맡겨서는 답이 없다. 세정 운영에 시민이 참여해야만 한다.

내 세금이 공동체를 위해 제대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언제까지 세금은 빼앗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