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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서가(書架)] 정복지서 밀 쏟아져 들어오자 농민 보호 위해 로마가 한 조치

바람아님 2019. 7. 23. 12:27

(조선일보 2019.07.09 이지훈 세종대 교수)


김경준 '로마인에게 배우는…'


'로마인에게 배우는 경영의 지혜''로마인에게 배우는 경영의 지혜'


로마가 시칠리아섬을 수중에 넣었을 때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곡창지대 시칠리아로부터 밀이 대량 유입되면서 밀값이 폭락해 농민들이 경쟁력을 잃고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 밀 수입을 금지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로마는 수입 금지나 세금 인상 같은 쉽고 인기 영합적인 정책 대신 시장 원리에

맡기는 어렵고 장기적인 선택을 했다.

시칠리아는 밀 생산에 특화하도록 그대로 두는 대신 로마의 자작농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작물, 즉 포도와 올리브를 보급했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이 쓴 '로마인에게 배우는 경영의 지혜'는 '1000년 기업'

로마의 성공 비결을 개방성에서 찾는다.

아테네는 부모가 모두 아테네인이어야 시민권을 부여했다.

아리스토텔레스조차 마케도니아 출신이라는 이유로 시민권을 얻지 못했다.

반면 로마는 건국 초기부터 정복한 부족을 죽이지 않고 실력만 있으면 지도층이 될 기회를 부여했다.


로마는 피정복민을 노예로 삼는 대신 '공동 경영자'로 끌어들였다.

로마는 동맹국의 국방권과 외교권만 제한했을 뿐 행정, 법률, 언어, 종교 등 폭넓은 자치를 인정했다.

정복을 통한 영토 확대가 로마의 하드웨어였다면, 개방성으로 패배자를 동화하는 정책은 로마의 소프트웨어였다.

이는 로마를 고립된 오아시스가 아니라 개방된 저수지로 만들었다. 모든 문물이 로마로 흘러들고 융합되었다.


로마는 실력 본위 사회였다.

로마 건국 초기에는 왕을 투표로 선출했고, 공화정 때는 매년 국가 지도자를 선출했다.

카이사르는 로마에서 활동하는 의사와 교사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인종도, 출신지도 따지지 않고 능력만 있으면 누구든 시민이 될 수 있었다.

제국 전역에서 우수한 의사와 교사가 몰려들어 경쟁이 치열해졌고, 품질은 높아지면서 가격은 내려갔다.

저자는 이를 '서비스 산업 자유시장화' 정책이라고 해석한다.


최근에 나온 또 한 권의 로마에 관한 책 '나의 로망, 로마'(김상근 저)에 따르면 "로마는 성벽을 쌓아 올렸을 때 망했다."

빈자와 도망자들이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희망이 모여 탄생한 로마가,

다른 것과 다른 사람들을 향한 경계의 빗장을 걸었을 때 그것은 로마의 원초적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