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1.30 이동훈 논설위원)
작년 12월 국회 운영위원회의 한 장면.
야당 의원이 조국 민정수석에게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일을 다 챙긴다는데 맞느냐"고 물었다.
조 수석의 답은 "사실무근"이었다. 그
러나 '임종석·조국은 간판이고 실세들은 따로 있다'는 얘기는 끊임없이 돌았다.
▶백원우는 1994년 제정구 의원 비서로 정치를 시작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지방자치연구소에서 안희정·이광재 등과 함께 일하며 친노 성골 '금강팀' 일원이 됐다.
대학 운동권 선배 안희정과 특히 친했다고 한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고 금강팀이 아닌 '부산팀'이 청와대를 접수했다.
"기껏 고생했더니 이럴 수 있느냐"는 원망이 터져 나왔다.
그때 안희정은 '이 사람이라도 받아달라'며 백원우를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넣었다.
당시 수석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를 겪어본 사람들은 "충성심에다 성실함까지 갖춘 사람" "물불을 안 가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눈에 백원우가 들어오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면이 2009년 노무현 영결식이다.
현직 대통령을 향해 "사죄하라"고 고함을 질러 입이 막힌 채 끌려나갔다.
문 대통령은 "그를 껴안아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훗날 말했다.
백원우가 출마한 총선 현장을 찾아 "우리 백 후보, 노무현의 동지고, 저와도 아주 오랜 동지입니다"라고 했다.
백원우는 어느덧 '문의 남자'가 되어 있었다.
지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백원우는 안희정이 아니라 문 대통령 옆에 서 있었다.
▶민정비서관은 이전부터 정권 내에서 비밀스러운 일들을 해왔다.
친·인척 관리 자체가 내밀한 업무였다. 여론 동향도 수집했다.
노무현의 이호철, 이명박의 장다사로, 박근혜의 우병우 등이었다. 그
런데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한 백원우가 1급에 불과한 민정비서관을 맡았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파격적 하향(下向) 취업이었다. 그때부터 문 대통령과 직접 통하는 비서관으로 통했다.
▶정부 출범 직후 백 비서관이 각 부처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선 댓글 조작 '드루킹'이 소개한 변호사를 면담한 사람도 그였다.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결정하는 자리에도 그가 있었다.
알고 보니 자신의 소관도 아닌 일을 하고 있었고 밑에 '별동대'까지 두고 있었다.
'백원우가 진짜 민정수석'이란 소문은 소문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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