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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엔 눈 오고, 핀란드는 '파릇파릇'..세계 곳곳 '이상한 겨울'/[청계천 옆 사진관]포근한 겨울, 얼지 않는 한강

바람아님 2020. 1. 28. 08:52

사막엔 눈 오고, 핀란드는 '파릇파릇'..세계 곳곳 '이상한 겨울'

경향신문 2020.01.27. 09:30
지난 9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거리가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걸프뉴스(gulfnews.com)

사막의 도시 두바이. 야자수 모양을 한 인공섬과 마천루들로 유명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 거리 곳곳이 이달 중순 물에 잠겼다. 거센 바람에 거리의 야자수 화분들이 쓰러지고 도심 전광판에는 교통안전 경고들이 떴다고 걸프뉴스는 전했다. 통상 두바이는 연간 강수량이 75mm에 불과한데, 지난 10일부터 15일 사이에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면서 벌어진 일이다. 아부다비와 알다프라 지역에도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쏟아졌다.


두바이에 폭우가 쏟아질 무렵, 북아프리카 이집트의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에는 눈이 쏟아졌다.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서 모처럼의 겨울을 즐겼다. 이 지역에 1월에 눈이 온 것은 10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수도 카이로도 올초 하얗게 변했다. 카이로에 눈이 온 것은 112년만이었다고 한다. 성지순례객들이 많이 찾는 시나이반도 남쪽 성카타리나 수도원도 눈에 덮였다.


여름이 너무 덥거나, 겨울이 너무 춥거나. 혹은 여름이 너무 서늘하거나, 겨울이 너무 따뜻하거나. 기후변화 시대의 지구에서 기상이변은 이제 더 이상 ‘이변’이 아니다. 북극 주변 찬공기를 담벼락처럼 둘러싸고 있는 공기 장벽이 깨지는 ‘북극진동’은 중위도권 지역에 여러 예상치 못한 기상현상을 만든다. 올겨울에도 세계 곳곳에 기상이변이 속출했다.


유럽 남쪽 따뜻한 나라 그리스는 이달 초 눈보라가 몰아쳐 여러 도시의 도로가 눈에 덮이고 얼어붙었다. 그리스 신화 속 신의 이름을 따 ‘헤파이스티온’이라 이름붙여진 눈폭풍의 위력은 강력했다. 아테네에서는 시속 161km의 강풍이 불었고 곳곳에서 통행이 중단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타부크 지역에는 이달 들어 이례적으로 폭설이 쏟아졌다. 인스타그램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지대 타부크에도 눈이 내렸다. 요르단이나 시리아, 혹은 이란의 고원지대는 겨울에 기온이 떨어지고 눈이 올 때가 많다. 하지만 남쪽 아라비아반도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눈을 볼 수 있는 일은 흔치 않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를 자랑하는 레바논에서 ‘노마’라는 이름의 폭풍 때문에 기온이 떨어지고 눈이 내렸다. 난방시설이 없는 난민촌의 시리아 난민 1만1000여명이 추위에 고통받고 있다며 유엔난민기구가 도움을 호소하는 성명을 냈을 정도였다.

중동의 찬 겨울은 이달 내내 계속되고 있다. 23일 기상전문사이트 어큐웨더에 따르면 이라크 바그다드에는 주말 내내 비가 쏟아질 예정이다. 사우디와 쿠웨이트에도 적잖은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됐다.


반면 북유럽 핀란드는 이례적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핀란드기상연구소에 따르면 평년 이맘때 기온보다 10도 가까이 높다. 진작에 헐벗었어야 할 나무에는 아직 이파리들이 붙어 있다. 현지 매체 Yle에 따르면 지난 13일 핀란드 남서쪽 알란드 섬 지역의 낮 기온은 10.9도로, 1973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다른 지역들도 예년보다 기온이 훨씬 높다. 이맘 때면 눈으로 덮여야 하는데 핀란드 남쪽 절반은 눈이 오지 않아 맨 땅이 드러나 있다. 헬싱키는 저녁까지도 기온이 8도 정도로 따뜻해, “터키 이스탄불이나 그리스 아테네와 비슷한 기온”을 보였다고 Yle는 전했다.

북유럽의 핀란드는 이달 중순 기온이 평년보다 9~10도 높았다.  Yle

크로아티아는 지난 21일 겨울이 ‘끝났다.’ 눈도 별로 내리지 않았고, 해마다 주민들을 떨게 만들던 겨울 눈폭풍도 없었다. 평년보다 너무 따뜻해 이스트리아 등 중부 지역에는 아예 눈이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아드리아해에는 훈풍이 불었다. 현지 언론 토탈크로아티아뉴스닷컴은 기상당국이 “날씨 예보로만 보면 겨울은 끝났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겨울뿐 아니라 봄도 따뜻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3월부터 5월까지 내내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기온과 강수량이 아닌 매우 특이한 기상예보가 발표된 곳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는 22일 ‘이구아나비’ 예보가 내려졌다. 국립기상서비스 마이애미 지부는 이날 주민들에게 “30~40초 정도 이구아나가 나무에서 떨어져내릴 수 있으니 놀라지 말라”는 경고를 트위터에 올렸다. 이를 접한 시민들은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고 우스개를 섞어 리트윗했다. 그러자 기상당국이 다시 설명을 내놨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변온동물인 이구아나가 체온 조절에 실패해 우르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상당국은 “나무에서 떨어진다 해도 죽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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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옆 사진관]포근한 겨울, 얼지 않는 한강

동아일보 2020.01.27. 13:59
이상 난동(異常 煖冬·이상하리만큼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맘때 쯤 얼어붙었던 한강도 올 겨울은 결빙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21일 얼지 않은 한강(왼쪽)과 2018년 2월 1일 언 한강에 눈이 쌓여있는 모습. 박영대 기자. 청와대사진기자단.
올겨울엔 한강이 얼었단 소식도 들리지 않습니다. 21일 헬기에서 바라본 한강.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한강이 13년 만에 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추위를 몰고 오는 대륙의 찬 공기의 세력이 약해진 데다, 이례적으로 따뜻해진 남쪽 바다에서 한반도로 연일 포근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 겨울 한강에서 첫 결빙은 공식적으로 아직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2018년에는 12월 31일, 2017년에는 12월 15일에 한강에서 첫 결빙이 관측되었습니다.

2018년 2월 1일 얼어붙은 한강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습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년 2월 2일 한강경찰대가 서울 광진교 부근에서 얼음을 깨고 비상출동로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017년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본 언 한강 위로 눈이 하얗게 쌓여있습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강 결빙은 한강대교 노량진 쪽 두 번째와 네 번째 교각 사이에서 상류 쪽 100m 부근의 남북 간 띠 모양 범위에서 관측합니다. 관측 지점이 얼음으로 완전히 덮여 맨눈으로 수면을 볼 수 없을 때 결빙으로 기록하며 얼음의 두께와는 무관합니다.

보통 서울의 일 최저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고 낮 기온도 영하에 머무르는 추위가 4~5일 지속해야 한강이 언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1985년 얼어붙은 한강에서 썰매를 타는 아이들. 동아일보DB
1957년 한강이 꽁꽁 얼었을 때 인부들이 채빙(採氷)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겨울이면 한강에서 얼음을 채취해 빙고(氷庫)에 저장했다가 여름에 사용했습니다. 국가기록원 제공.

이달 23일까지 서울의 1월 평균기온은 0.4도입니다. 한겨울에도 영상권을 웃돌면서 2007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포근한 날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평균기온도 2.8도로 평년기온-2.6~ 1.6도(2009~2018)보다 높았습니다.

2월에도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 한강이 얼지 않은 겨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2006년에 결빙이 관측되지 않았는데, 관측 사상 7번째였습니다.

제주와 남부지방은 이미 2월 평균 기온을 넘어서는 등 역대 가장 따뜻한 겨울로 기록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