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0.02.04)
'우한 폐렴' 사태로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중국에 세운 공장이 속속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이 생산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쌍용차가 오늘부터 평택 공장의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현대·기아차도 지난 주말부터 울산·화성·광주 공장에서 생산량 감축에 들어갔다.
이 중국산 부품들은 당장 다른 대체 조달처를 찾기 어려워 사태가 장기화되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반면 중국 이외 지역에 글로벌 부품 조달망을 확보하고 있는 르노삼성과 한국GM은 별 영향이 없다고 한다.
지나친 중국 편중의 위험성이 현실화된 것이다.
중국 내수시장이 침체되고 생산·공급선이 끊어지면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한국 경제는 수출입이 국내 총생산의 87%에 달할 만큼 대외 의존도가 높고,
그중에서도 중국 한 나라가 우리 전체 수출의 25%, 수입의 21%를 차지한다.
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중국 특수(特需)에 안주하면서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가 돼버렸다.
의류·화장품·농수산물·생활용품 산업은 대중국 수출 비중이 무려 60~80%에 달한다.
관광·여행 산업은 중국이 기침만 해도 생사의 기로에 놓일 지경이다.
산업뿐 아니라 인적(人的) 의존도 심화돼 한국을 찾는 외국인 중 중국인 비율이 30% 중반까지 올라가고,
외국인 근로자의 36%가 중국인으로 채워졌다.
건설 현장이나 저임금 산업, 요양시설 등은 중국인 없이는 돌아가지 못할 상황이 됐다.
한국에 오는 유학생 중 절반이 중국인이고 일부 지방대는 중국 유학생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성장률이 0.5%포인트 떨어지고 일자리 13만개가 사라진다고 한다.
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내 소비가 0.3~0.4% 감소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중국은 이를 한국에 대한 지렛대로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나라다.
3년 전 중국의 사드 보복 때 우리가 입은 피해가 10조원에 달한다.
중국은 체제의 속성상 언제 리스크로 돌변할지 알 수 없다. 우한 폐렴은 한 사례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장기 계획을 갖고 대중(對中)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
잘못하면 나라가 중국의 포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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