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진중권 “문재인은 노무현을 배신했다... 검찰개혁 구호만 남아"

바람아님 2020. 2. 5. 19:08

(조선일보 2020.02.05 이상빈 기자)


진중권<사진> 전 동양대 교수가 5일 법무부의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비공개 결정과 관련,

"문재인은 노무현을 배반했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문재인은 노무현을 어떻게 배신했나’라는 글에서

"'검찰개혁'이라는 게 구호만 남았다"며 ""2011년 MB(이명박) 정부 때 문재인이

조국(전 법무부 장관)을 데려다가 검찰개혁에 관한 토크 콘서트를 한 적 있다.

거기서 그는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로 검찰의 정치화를 꼽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적한 것은) 그동안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잘못에는 칼을 대지 않고,

정치적 반대자에게는 가혹한 보복수사를 하며,

이때 피의사실 공표로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해 왔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 '검찰개혁'이라는 공약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서 비롯된 트라우마일 것"이라며

 "그 지지자들에게 '검찰개혁'은 정치적 기획의 차원을 넘어, 이 집단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심리적 기획이기도 하다.

그 어떤 사안보다도 강렬한 정서적 부하가 걸려 있다 보니, 논의 자체가 이성(logos)보다는 격정(pathos)에

좌우되어온 느낌"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그러면서 당시 문 대통령이 제시했던 검찰 개혁의 명분 3가지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대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선 "지금 살아있는 권력에 손을 못 대게 하는 게 누구냐.

검찰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라며 "수사도 못 하게 하고, 기소도 못 하게 하고, 심지어 '공'소장까지 '공'개 못하게 막는다.

수사하던 검사들은 좌천시켰고, 수사팀은 해체시켰다"고 했다.


두 번째 명분인 ‘정치적 반대자에게 가혹한 수사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전 정권에 대한 수사는 문재인 정권에서도 가혹했다. 그래서 이명박(전 대통령), 양승태(전 대법원장)가 감옥에 갔다"며

"둘은 죄가 있어서 그랬다 치자.

사법농단으로 기소됐던 유해용 연구관, 쿠데타 문건 기무사 장교들, 채용비리 최경환, 권성동, 김성태,

모두 무죄판결 받았다. 이들에 대해선 왜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고 비난하지 않는가"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피의 사실 공표로 피의자 인권을 침해했다’는 세 번째 검찰 개혁 명분에 대해선

"이 정권 아래서도 피의사실공표는 버젓이 이루어졌다. 위의 언급한 모든 사건에서 피의 사실은 물론이고

그때그때 세세한 수사상황까지 모두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며 "그때 여기에 이의를 제기한 문빠 좀비,

한 개체라도 있었던가. 조국-정경심 조사받기 전까지 문재인 정권 하에서 피의사실 공표가 제약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렇게 문재인 정권은 검찰 개혁의 명분을 모조리 배신했다. 이게 '개혁'인가요"라고 했다.

이어 "이 정권 하에서도 검찰은 죽은 권력에는 날카로운 칼을 대고 피의사실도 공표했지만, 산 권력에는 제대로 칼을

들이댈 수 없었다"며 "입으로는 '검찰개혁'한다고 떠들면서 몸으로는 자신들이 내세운 명분들을 빠짐없이

배반해 온 것이 문재인 정권이다. 이게 과연 노무현 대통령이 원하던 세상일까"라고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꿈을 이루고 그의 한을 푼다는 명분으로 이들이 무슨 짓을 했을까"라며

"실제로는 참여정부에서 도입한 제도나 성취를 무로 되돌리는 일만 골라서 해왔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장관.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장관. /연합뉴스


진 전 교수는 "예를 들어 '법무부 장관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할 때 검찰총장의 의견을 청취한다.'

규정(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은 참여정부 때에 명문화한 조항인데,

추미애 장관이 일방적으로 무력화시켜 버렸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 당시 ‘윤석열 패싱’을 비판한 것이다.


또한 추 장관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에 대해서도 "국회의 요청에 따라 중요한 사건의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한

'국회증언감정법'의 규정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참여정부 시절에 도입돼 참여정부 사법개혁의 대표적

업적으로 꼽혀왔던 조항"이라며 "이 역시 추 장관이 독단적으로 무시해 버렸다.

참모들이 반대하는데도 "내가 책임을 지겠다"며 비공개 방침을 밀어부쳤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공소장을 공개하게 한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였다"며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권이 국민에게 준 그 권리를 다시 빼앗았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은 노무현이 아니다. 두 분은 애초에 지적 수준과 윤리적 지반이 다르다.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권이 아니다"며 "노무현 정권을 계승한 정권이라 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두 정권은 아예 차원이 다르다. 철학과 이념이 서로 상반된다"며 "문재인은 노무현을 배반했다.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신을 배반했다. 철저히, 아주 철저히"라고 했다.


-다음은 진중권 전 교수의 글 전문.


문재인은 노무현을 어떻게 배신했나


'검찰개혁'이라는 게 구호만 남았습니다. 2011년 MB 정부 때 문재인이 조국 데려다가 검찰개혁에 관한 토크 콘서트를

한 적 있죠?  거기서 그는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로 검찰의 정치화를 꼽습니다.

그 동안 검찰이 (1) 살아있는 권력의 잘못에는 칼을 대지 않고 (2) 정치적 반대자에게는 가혹한 보복수사를 하며,

이때 (3) 피의사실 공표로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해 왔다는 것입니다.


사실 '검찰개혁'이라는 공약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에서 비롯된 트라우마일 겁니다.

그 지지자들에게 '검찰개혁'은 정치적 기획의 차원을 넘어, 이 집단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심리적 기획이기도 하지요.

그 어떤 사안보다도 강렬한 정서적 부하가 걸려 있다 보니, 논의 자체가 이성(logos)보다는 격정(pathos)에

좌우되어온 느낌입니다.


자, 당시 문재인 자신이 제시했던 검찰개혁의 명분들을 하나씩 살펴봅시다.

(1)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대지 않는다.'

자, 지금 살아있는 권력에 손을 못 대게 하는 게 누구죠? 검찰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입니다.

수사도 못하게 하고, 기소도 못하게 하고, 심지어 '공'소장까지 '공'개 못하게 막습니다.

수사하던 검사들은 좌천시켰고, 수사팀은 해체시켰습니다.


(2) '정치적 반대자에게 가혹한 수사를 한다.'

전 정권에 대한 수사는 문재인 정권에서도 가혹했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양승태가 감옥에 갔죠.

둘은 죄가 있어서 그랬다 칩시다.

사법농단으로 기소됐던 유해용 연구관, 쿠데타 문건 기무사 장교들, 채용비리 최경환, 권성동, 김성태,

모두 무죄판결 받았습니다. 이들에 대해선 왜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고 비난하지 않죠?


(3) '피의사실공표로 피의자 인권을 침해했다.'

이 정권 아래서도 피의사실공표는 버젓이 이루어졌습니다.

위의 언급한 모든 사건에서 피의사실은 물론이고 그때그때 세세한 수사상황까지 모두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그때 여기에 이의를 제기한 문빠 좀비, 한 개체라도 있었던가요?

조국-정경심 조사받기 전까지 문재인 정권 하에서 피의사실 공표가 제약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이렇게 문재인 정권은 검찰개혁의 명분을 모조리 배신했습니다. 이게 '개혁'인가요?

이 정권 하에서도 검찰은 죽은 권력에는 날카로운 칼을 대고 피의사실도 공표했지만, 산 권력에는 제대로 칼을

들이댈 수 없었습니다. 입으로는 '검찰개혁'한다고 떠들면서 몸으로는 자신들이 내세운 명분들을 빠짐없이

배반해 온 것이 문재인 정권입니다. 이게 과연 노무현 대통령이 원하던 세상일까요?


노무현 대통령의 꿈을 이루고 그의 한을 푼다는 명분으로 이들이 무슨 짓을 했을까요?

실제로는 참여정부에서 도입한 제도나 성취를 무로 되돌리는 일만 골라서 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법무부 장관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할 때 검찰총장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규정(검찰청법 제34조 제1항).

이는 참여정부 때에 명문화한 조항인데, 추미애 장관이 일방적으로 무력화시켜 버렸습니다.


또 국회의 요청에 따라 중요한 사건의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한 '국회증언감정법'의 규정.

이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참여정부 시절에 도입되어, 참여정부 사법개혁의 대표적 업적으로 꼽혀왔던 조항입니다.

그런데 이 역시 추미애 장관이 독단적으로 무시해 버렸습니다.

참모들이 반대하는데도 "내가 책임을 지겠다."며 비공개 방침을 밀어부쳤다고 합니다.


참여정부의 업적은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을 '네트워크'(network)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바꾸어 놓은 데에

있습니다.

대통령이 계급장 떼고 평검사들과 맞장토론도 벌였었지요.

그런데 추미애 장관은 총장 의견을 듣는 절차를 생략했고, 대통령은 둘 사이에 '위계'를 정해줬습니다.

마치 서열이 필요한 늑대무리에서처럼. 참여정부가 표방하던 수평적 소통을 다시 동물의 왕국으로 되돌린 거죠.


노무현 정부가 '참여정부'를 표방한 것은 수평적 소통으로 연결된 시민들의 참여 위에 서 있는 정부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시민의 참여에 필수적인 것이 바로 '정보'입니다.

뭘 알아야 '참여'도 할 거 아닙니까?

참여정부에서 공소장을 공개하게 한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권이 국민에게 준 그 권리를 다시 빼앗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당연히 국민의 '참여'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추미애가 공개를 거부한 그것은 다가올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특정정당을 지지할지, 혹은 심판할지 결정하는 데에

꼭 필요한 정보입니다. 그래서 저렇게 기를 쓰고 정권에서 공개를 막는 거겠죠.

노대통령은 민주주의가 "깨어있는 시민"의 참여로만 가능하다고 했죠.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그 "깨어있는 시민"을 두려워 합니다.

문재인 지지자들을 보세요. 선동가들이 프로그래밍 한 매트릭스에 갇혀 잠을 자고 있죠.

자기들이 '깨어있다'고 잠꼬대 하다가 권력이 신호를 주면 몽유병이 걸린 듯 잠결에 우르르 서초동으로 몰려가죠?

저게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깨어있는 시민"의 모습입니까?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 되뇌는 좀비들.

이 정권은 대통령이 "양념"이라 부르는, 이 좀비들의 폭력적 행동 위에 서있습니다.


문재인은 노무현이 아닙니다. 두 분은 애초에 지적 수준과 윤리적 지반이 다릅니다.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권이 아닙니다.

노무현 정권을 계승한 정권이라 할 수도 없습니다.

두 정권은 아예 차원이 다릅니다.

철학과 이념이 서로 상반됩니다. 문재인은 노무현을 배반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신을 배반했습니다. 철저히, 아주 철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