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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인 진중권 "조국, 어떻게 그렇게 살고 사회주의자 자처하나"/진중권, 조국 얘기하며 울컥 "정치가 사람을 좀비·깡패로 만들어"

바람아님 2020. 2. 9. 20:08

울먹인 진중권 "조국, 어떻게 그렇게 살고 사회주의자 자처하나"

[중앙일보] 2020.02.09 15:29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텔에서 열린 우리가 만드는 안철수신당(가칭) 발기인대회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 [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텔에서 열린 우리가 만드는 안철수신당(가칭) 발기인대회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 [뉴스1]

 
“그들은 대중의 이성ㆍ윤리의식을 믿지 않는다. 선동ㆍ조작 당할 수 있는 존재로 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9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을 향해 “그 의식이 끔찍하고 혐오스럽고 무섭다”며 쏟아낸 비판이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오후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끄는 국민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진 전 교수의 강연은 고해로 시작했다. 그는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정말 믿었다”며 “조국 사태는 제게 트라우마다. 내가 믿었던 사람들과 가치가 완전히 무너져내리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청문회 나와서 ‘나는 사회주의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라고 할 땐 끝까지 말하지 못하고 울먹였다. 청중의 격려 박수에 1분여 뒤 고개를 든 그는 “어떻게 그렇게 살고 사회주의자를 자처할 수 있느냐. 이념에 대한 모독”이라고 조 전 장관을 비판했다.
 
“(여권 인사들이) 대중을 멍청하게 선동 당하는 존재로 본다”는 견해는 유 이사장과 시인 안도현, 소설가 공지영씨 등을 거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진 전 교수는 “모든 사람은 이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며 “하지만 저들은 다른 것 같다. 얼마든지 얄팍한 이벤트에 의해 감동 당하는, 동원 가능한 대중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무서운 것은 그런 상태에서 대중들은 자신들이 깨어있다고 보는 것”이라 지적했다.
  
그는 현 정권의 가장 큰 잘못으로 “정의의 기준 자체를 바꿔버린 것”을 꼽았다. 진 전 교수는 먼저 “과거 진보든 보수든 잘못했으면 머리 숙여 사과부터 했다. 적어도 윤리의 기준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 들어서는 잘못만 하는 게 아니라 기준 자체를 바꿔버린다. 법의 기준 자체를 바꿔서 잘못하지 않은 상태로 만든다”며 “로고스(logos, 이성)와 에토스(ethos, 윤리)가 무너지고 정치가 (시민을) 이성이 없는 좀비로, 윤리 잃은 깡패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2+2=4’라는 걸 논증하기 시작하면 소통이 안 되는데 공유하는 그 기준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이 일어난 원인으로는 ‘허위의식’을 들었다. ‘속물주의적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조 전 장관이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것처럼 여권 핵심인사들이 여전히 스스로를 운동가ㆍ혁명가로 생각하기에 문제가 생기면 기준 탓을 한다’는 취지다. 진 전 교수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그만 두고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는데 아직도 자신을 통일운동가라 생각한다. 아직도 그들은 스스로 운동가ㆍ혁명가, 순결한 사람이라 생각한다”며 “그래서 잘못됐다면 도덕의 기준이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 한 마디로 돈키호테 현상”이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문제는 돈키호테가 모두를 산초(추종자)로 만드는 것”이라며 “어용 지식인, 어용 언론, 수많은 어용의 협력을 통해 ‘사랑해요 정경심(조 전 장관 부인)’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른바 ‘어용’이라고 지칭한 지식인 층을 향해 “혐오ㆍ증오를 이용해 대중을 동원하려는 정치인들을 막아주고 비판해주는 게 지식인인데 완전히 마비됐다. 통제 기구의 한 파트가 돼 그들과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검찰 개혁’을 촉구한 서초동 집회를 두고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편을 든다. 사이비 종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딸 때문에 누구 하나는 떨어졌을텐데 (우리 사회의) 99.9%는 손해보는 사람 축에 속할 것”이라면서다.
 
강연 마지막 질의응답에서도 진 전 교수는 여권과 확실히 선을 그었다. ‘(당신은) 과거 드루킹은 김경수 경남지사나 대통령ㆍ민주당과 (범죄 혐의와 관련) 상관없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냐’는 한 청중의 질문에 진 전 교수는 “아니다. (제가) 그때는 ‘조국도 깨끗하다’고 얘기했다”고 답했다.
 
한영익ㆍ이가람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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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조국 얘기하며 울컥 "정치가 사람을 좀비·깡패로 만들어"

조선일보 2020.02.09 15:33

안철수 '국민당' 창당 발기인대회서 강연
"조국, 어떻게 그렇게 살고 사회주의자 자처하나… 정의 바로세워야"
'검찰개혁' 서초동 집회에 "피해자가 가해자 편드는 사이비 종교 현상"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열린 안철수 전 의원의 '국민당' 창당 발기인대회 사전 행사에서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열린 안철수 전 의원의 '국민당' 창당 발기인대회 사전 행사에서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9일 신당을 창당하는 안철수 전 의원을 향해 "판단이 어려울 때는 원칙을 지켜라. 최선의 정책은 정직"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안 전 의원의 국민당 창당 발기인대회에 참석,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성과 윤리를 다시 세워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진 전 교수는 무대에 올라 "여러분 좋아하는 정당이 있어서 부럽다"고 입을 뗀 뒤 "논객의 임무는 잠수함의 토끼다. 남들이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을 느끼지 못할 때 몸부림을 치는 것인데 저 사람들은 저를 욕한다"고 했다. 최근 '친문 저격수' 역할을 하고 있는 진 전 교수는 "유권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바꾸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이 된다"면서도 "그러나 예전에는 자신을 탓할지언정 진보든 보수든 도덕의 기준은 부정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기준을 아예 바꿔버리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조국 사태'에 대해 언급하며 "정치가 사람들을 이성이 없는 좀비, 윤리를 잃어버린 깡패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검찰개혁'을 촉구한 서울 서초동 집회에 대해 "피해자가 가해자의 편을 든다. 사이비 종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조 전 장관의 딸 때문에 누구 하나는 떨어졌을텐데 (우리 사회의) 99.9%는 손해보는 사람 축에 속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언급하며 "(여권 인사들이) 대중을 멍청하게 선동 당하는 존재로 본다"면서 "더 무서운 것은 그런 상태에서 대중들은 자신들이 깨어있다고 보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조 전 장관이 청문회에서 '나는 사회주의자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 생각이 계속 난다. 제가..."라며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고개를 숙이고 한참 감정을 가라앉히기도 했다. 이어 "나이가 드니 화가 나면 눈물이 난다"며 "사회주의는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결과의 평등까지 이야기하는 평등주의 사상인데, 그렇게 살아놓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이념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그는 "여러분의 정치가 무엇인지 저는 모른다. 여러분이 저보다는 조금 더 보수적인 것 같다"며 웃은 뒤 "다 달라도 우리가 합의해야할 것은 바로 공정, 정의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참석자로부터 '드루킹 사건과 김경수 경남지사, 문재인 대통령이 관련없다고 한 생각이 그대로냐'라는 질문을 받고 "아뇨. 생각이 바뀌었다. 그때는 제가 조국도 깨끗하다고 이야기했었다"고 답했다.

이어 '적어도 (대선이 있는) 2022년 5월까지는 한국에 남아서 지금 같은 역할을 해달라'는 참석자 의견에는 "제 계획은 이 사회에 던질 메시지를 던지고 나서 잠수를 타는 것이고, 제가 생각한 기간은 그것보다 훨씬 짧다"며 "여기에 남아 있는 것도 민폐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세대를 위해 물러나고 기회를 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