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0.02.10 최원규 국제부장)
사법 독립 외치던 판사들 "사법개혁 위해서"라며 민주당行
표리부동한 정치꾼 행태…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최원규 국제부장
미국 대법관·연방판사 인선은 우리 못지않게 정치적이다.
임기가 종신제인 이들의 퇴임은 드문 일이다 보니 공석이 생기면 정권은 '코드'가 맞는 인물을
그 자리에 앉히려 애쓴다. 대통령이 국회 인준을 받아 임명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겨
인준이 지연되는 일도 자주 생긴다. 2016년 사망한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 후임이
공화·민주 양당의 갈등 때문에 1년여 만에 임명되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미국 법원이 신뢰를 받는 건 그들이 임명된 후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판사의 본분을 지키기 때문이다.
2018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의 '반(反)이민 정책'에 제동을 건 판사를 '오바마 판사'라고 비난하자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성명을 내 "미국엔 '오바마 판사'나 '트럼프 판사'는 없다.
우리에겐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판사들만 존재한다"고 했다.
공화당 정권에서 대법원장이 된 그였지만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법원을 공격하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그의 전임이었던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어떤가. 2005년 여든한 살에 세상을 떠난 그는 말년에 암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재판을 거르지 않았다. 그런 그가 대통령 연두교서 연설에 불참하고 대신 동네 YMCA에서 하는
25달러짜리 수채화 수업에 갔다는 일화도 있다. 평소 정치에 초연한 모습이 그렇게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지금 그들을 떠올리는 건 우리 몇몇 법관들 행태와 너무 대비되기 때문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월 2일 열린 대법원 시무식에 얼굴만 비치고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정부 신년 합동인사회에 달려갔다.
2년 전 문 대통령이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정권의 사법 농단 의혹은 규명돼야 한다"고 말한 자리에서
그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렌퀴스트, 로버츠 대법원장이라면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 대법원장 취임 후 사법부는 정치화됐다.
'사법부 독립'을 외치던 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이 현 정권 출범 후 연이어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가더니 대법관·
헌법재판관 할 것 없이 사법부 요직을 두 연구회 출신들이 장악했다.
미국 법원엔 이런 사조직 성격의 모임 자체가 없다.
급기야 인권법연구회 출신들은 정치판에도 끼어들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폭로한 이탄희 판사와 이수진 판사는 최근 민주당에 입당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최기상 판사도 얼마 전 법복을 벗고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사법 독립을 외치며 양승태 사법부를 비판하더니 스스로 법관의 독립을 해친 것이다.
표리부동한 정치꾼 행태와 다를 게 없다.
미국에서 연방판사가 옷을 벗자마자 선거에 나간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었던 샌드라 데이 오코너는 2006년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남편을 보살피려고
대법관직을 내려놓았다.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은 2009년 대법관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시골의 허름한 농가로 돌아갔다.
이런 아름다운 퇴장은 고사하고 우리 일부 법관은 정치판을 기웃거리며 법원에 오물을 던졌다.
'법복(法服) 정치인'이란 비판을 들어도 싸다.
그러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는다.
민주당으로 간 두 판사는 사법 개혁을 위해 입당했다고 했다. 뻔뻔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혹시 두 사람은 앞으로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제발 그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거북하고 역겹다고 느끼는 이들이 너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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