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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는 너무 다른 영국인의 코로나19 대처법 <발췌>

바람아님 2020. 3. 14. 19:06

(주간조선 [2599호] 2020.03.16 런던통신 = 권석하  재영칼럼니스트)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7&nNewsNumb=002599100001


▲ 지난 3월 4일 런던 잉글랜드 은행 앞을 지나는 시민들. 동양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정말 삶은 소설보다 더 기이하다.

유럽의 지평선 위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심정이다.

‘카산드라 크로싱(The Cassandra Crossing)’이라는 1976년 영화를 현실에서 보고 있는 듯하다.

버트 랭카스터, 소피아 로렌, 에바 가드너 등의 쟁쟁한 명배우들이, 바이러스에 오염된 채 쉬지 않고 달리는 열차 안에서

벌이는 재난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서 충격적으로 느껴져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장면이 있다.

요즘 각국에서 방호복을 입고 방재처리를 하는 요원들의 모습이다.

투명창으로 보이는 눈 말고는 흰옷으로 몸을 모두 감싼 로봇 같은 군인들이 기관단총을 든 모습은 어떤 장면보다도

섬뜩했다. 그런데 인구 6000만명이 넘는 이탈리아에서 흰옷의 군인들이 실제 국민을 통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쉽게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길거리에 마스크 쓴 사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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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객, 한국 학생들도 무사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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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명 모이는 경마 경기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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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받아들이면 영국 병원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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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감은 병으로도 치지 않는 영국
  
   영국 국가건강서비스(NHS·National Health Service) 홈페이지의 코로나19 대처 안내를 봐도 그냥 이렇게 나온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당황해서 병원이나 가정의에게로 뛰어오지 말고 타인에게 전파하지 않게 자가격리한 다음

NHS에 신고하라. 그리고는 7일 정도 지켜본 후 증세가 낫지 않고 심해지면 다시 연락을 하라.

그러면 의료진이 방문해서 상황을 보고 조치를 취한다.’
  
   사실 영국 병원들은 독감으로 열이 나고 몸살로 사지가 아프고 힘들어도 해열제 처방도 안 해준다.

“그냥 병가 내고 집에서 과일주스 많이 마시고 푹 쉬라”는 말만 한다.

아무리 편도선이 붓고 목이 아파 힘들어도 항생제도 주지 않는다. 감기나 독감은 병으로도 치지 않는다.
  
   총리의 코로나19 기자회견에 대해 영국인들 대다수가 공감했을지 모르지만 가디언지는 칼럼에서 날을 세웠다.

가디언지는 ‘모두 동요하지 말고 일상을 하던 대로 그냥 계속하라는 말밖에는 안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총리의 기자회견 발언을 자신들이 가장 사랑하는 2차대전 구호 ‘(소란 피우지 말고) 조용히 하면서

(하던 일이나) 계속하자(Keep Calm Carry on)’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모든 일에 허둥대지 않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참고 고난을 이겨나가는 영국인답게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일상을 유지하면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균형의 묘미를

찾자는 뜻으로 영국인은 이해한다. 사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회견 이후 더 인기를 얻은 편이다.

국민과 대면해서 솔직하게 현실을 인정하고 이해를 구하는 자세를 영국인들은 높게 평가했다.
   
   동양인의 마스크 집착 비아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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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도적 포기와 기독교적 운명론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영국에서는 모든 것이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진행되면서 세상이 조용하게 돌아갈 것으로

필자는 본다. 어느 정도의 피해가 생겨도 국경을 막는 호들갑 역시 떨지 않을 것이다.

겁쟁이처럼 '집안에만 틀어박혀 미쳐버리는'(stir crazy 혹은 cabin fever 등으로 표현) 일도 벌어지지 않을 듯하다.

그렇게 해서 영국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평정심을 갖고 일상을 유지할 것이다.

수석의학관의 말대로 연간 독감으로 죽는 8000명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자세로 보인다.

곤경을 참고 이겨 나가는 영국인을 표현하는 말이 또 떠오른다. 바로 ‘굳은 윗입술(stip upper lip)’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