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0.03.31 이용진 맥킨지 한국 사무소 시니어파트너)
이용진 맥킨지 한국 사무소 시니어파트너
지난 10년 동안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지속적으로 전염병 팬데믹
(세계적 대유행)을 경고해왔다.
지난 2017년 "핵이나 기후변화에 따른 위협보다 전염병을 훨씬 더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한
그의 발언은 최근에 더욱 회자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지난달 코로나19와 기타 전염병 백신을
개발하는 데 1억달러(약 1220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세계 경제 및 기업이
팬데믹에 대항할 중요한 수단인 디지털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진작부터 발 빠르게 도입했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는 불투명하다. 단기적으로는 바이러스 확산세를 감소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전염병의 위협이 국가와 산업의 디지털화에 중요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 코로나19 위기가 터진 후 기업 현장에서는 비대면 업무와 재택근무 증가로
디지털 기술 도입이 빨라지고 있고,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도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기술 도입률에서 세계 선두권으로 꼽힌다.
예컨대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의 온라인 식품 시장 규모는 세계 4위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 한국의 디지털화는 아직 국제 기준에 못 미친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40~50% 수준이며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오프라인 업무가 대부분인 게 현실이다.
단적으로 최첨단 제품인 휴대폰 판매가 이뤄지는 곳은 바로 3만여 곳에 이르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이는 4만곳가량의 편의점 숫자와 큰 차이가 없다.
업무 방식 역시 한국 기업은 직원이 회사로 출근해 책상에 앉아 얼굴을 마주하며 일하는 데에 더 큰 가치를 둬왔다.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디지털 벤처 회사에서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신생 회사)으로 성장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는 한국의 디지털화를 가속하고 내재화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려면 다음 세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야 한다.
첫째, 어떻게 하면 다양한 산업 분야에 디지털 채널을 도입할 수 있을까?
예컨대 디지털 셀프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챗봇(채팅 로봇)이나 인공지능(AI) 기술을 어떻게
빨리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유럽 최대 통신사 보다폰은 2021년까지 디지털 채널을 통한
고객 신규 가입 비율을 40%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둘째,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디지털 워크플레이스(digital workplace)를 도입할 준비가 돼 있는가?
코로나19 위기는 일하는 방식도 바꿔놓고 있다. 1주일에 1~2일이라도 유연하게 사무실 밖에서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은 여성의 경제 참여를 독려하는 상황에서 워킹맘뿐 아니라 많은 직장인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에 따른 단기적 고용 불안뿐 아니라 디지털화에 따른 일자리 대체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현재의 고용 위기를 극복하고 디지털화 시대를 대비해 노동 역량을 끌어올릴 투자가 필요하다.
코로나19는 보건 위기일 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 100년 만에 최대 충격을 안겨줄 만큼
전 세계 경제 질서 구조를 순식간에 바꿔놓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삶을 재건하는 넥스트 노멀(next normal) 시대를 지금부터 내다보고 디지털화를 촉진함으로써
이 위기를 더 강한 첨단 국가로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원문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31/20200331000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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