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22. 07. 12. 03:01
그림 지우기. 작업실에서는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작품이 어찌 작가의 마음대로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그래서 화가들은 그렸다 지웠다 반복하면서 작품을 완성한다. 하지만 전시장에 출품까지 했던 작품을 지운다는 행위는 상식에서 벗어난다. 완성했기에 출품했던 것이고, 이는 사회적 공공재산으로 쌓이게 된다. 전시장에서 돌아온 캔버스의 그림을 지우는 화가. 누가 자신의 완성작을 폐기할까.
재일 화가 송영옥(1917∼1999)의 이야기다. 일본에서의 어려운 화가 생활은 비싼 미술 재료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했다. 물감도 비쌌지만 캔버스 역시 비쌌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한번 출품했던 작품은 지우고 그 위에 새 그림을 그렸다. 출품작 지우기는 생활 습관처럼 자연스러워졌고, 이는 마침내 예술철학으로 발전했다. 공공장소에서 발표했으면 그것으로 작품의 생명은 마감된 것으로 보았다. 더군다나 미술작품은 상품이 아니어서 판매 목적으로 남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송영옥은 유존 작품이 많지 않다. 빈곤한 생활이 특이한 습관을 불러왔고 예술작품의 상품화는 체질적으로 거부하게 되었다.
https://news.v.daum.net/v/20220712030111964
출품은 '작품의 끝', 전시작 위에 다시 그린 재일화가[윤범모의 현미경으로 본 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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