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23. 8. 11. 14:05 수정 2023. 8. 11. 14:24
12일 막을 내리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긴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 세상에, 영국 청소년들이 폭염보다 화장실이 더 끔찍하다고 사흘 만에 캠핑장을 뛰쳐나가다니.
매트 하이드 영국 스카우트대장이 BBC방송에 대고 “수천 수만 명이 쓰는 화장실을 규칙적으로 치우지 않는다고 전에도, 중간에도, 수없이 조직위에 얘기했는데,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고도 그대로여서 실망했다”고 한 것도 한국의 수준으로 기억될지 모른다.
대통령이 주요국가 7개국(G7) 회의에 초대됐다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인 듯 잘난 척 할 일이 아니었다.
새만금 잼버리 주무 부처는 대한민국 여가부다. 그 놈의 “전임 정부 탓” 듣자고 국민이 정권 교체한 게 아니다.....수만 개의 텐트가 들어설 갯벌 매립공사가 끝난 것이 2022년 12월이니 현장 점검 때는 공사 중이었을 거다. 김현숙이 제 정신이면 “큰일 났다. 이런 상태로 텐트 칠 수 있겠냐”며 국무총리실이든, 대통령실이든 달려가 비상벨을 울렸어야 했다.
아무래도 김현숙으로는 못 미더웠던지 2월 28일 공동위원장으로 기존 2명(김현숙과 김윤덕 민주당 의원) 체제에서 행정안전부 장관·문화체육관광부 장관·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추가 선임돼 5명 공동위원장 체제가 됐다.....‘책임 총량의 법칙’이 있다. 무릇 책임이란 한 사람에게 맡겨야 죽으나 사나 혼자 짊어지고 가는 법이다. 여럿이 나눠지면 누구의 책임도 아닌, 무책임이 돼 버린다. 책임자가 많을수록 좋다면 대통령도 다섯 명씩 뽑지 왜 한 명만 뽑겠나
전현 정부의 상호 비판보다 가슴 아픈 것은 우리 안에서 터져 나오는 호남 비판이다. 물론 새만금 안에 이미 매립된 괜찮은 장소가 있음에도 굳이 그 뻘밭을 행사장으로 정한 전북도의 시커먼 속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오죽하면 한겨레신문에 이런 글이 실렸을까. “왜 수풀 우거진 곳들 놔두고 허허벌판 매립지에서 잼버리를 열까? 잼버리의 성공이 아니라 그 핑계로 갯벌을 없애는 게 진짜 목적이었기 때문이다.....김나희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홍보국장이 용감하게 동아일보에 해주었다. 전임 문재인 정권과 전북도가 청소년을 희생양 삼아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였던 것이라고.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책이 있다.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이 2021년 내놨을 때만 해도 한국은 경제규모 세계 9위였다(GDP 기준). 이젠 아니다.....우리는 과거에 비해 훨씬 잘 살게 됐는데 왜 눈 떠보니 후진국이 된 것일까.
어쩌면 새만금 잼버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 같은 위기일 수 있다. ‘마지막잎새’처럼 지켜볼 일이다. 이 정부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https://v.daum.net/v/20230811140516278
[김순덕의 도발]눈 떠보니 후진국…‘잼버리 트라우마’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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