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1. 23. 03:05 수정 2024. 1. 23. 05:56
묵은 머릿속 비우고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찾은 여수
정직한 음식으로 삿된 몸 채우고, 먼바다 보며 지난해 떠올려
돌계단 길 不見·不聞·不言 삼불상… 중생에게 다가온 부처님 말씀
여수 바다는 산맥을 집어삼킨 채 얌전히 찰랑였다. 먼 옛날 백두대간이 태백산에서 돌연 남서쪽으로 내달리며 솟아난 소백산맥은 여수 앞바다에서 끝난다. 질주하던 산맥이 바다를 만나 풍덩 빠지면서 거대한 땅덩어리들이 바다로 튕겨 나갔고, 이 땅들이 돌산도와 금오도, 개도가 됐다. 그래서 여수 앞바다는 망망대해가 아니라 육지와 섬들이 둥글게 서서 마주 보는 땅들의 바다다.
여수에 간 것은 묵은 머릿속을 비우고 한 해를 시작하는 여행지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이미 몇 번 간 적 있고 심지어 돌산에 방을 얻어 일주일을 지낸 적도 있지만 집을 떠나고 싶을 때 나는 늘 여수를 떠올렸다. 그곳에 갓밭을 일구는 늙은 부모님이라도 계신 것처럼.
장범준 노래 ‘여수 밤바다’는 여전히 여수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덕분에 여수엔 젊은 여행자가 많았다. 어느 식당은 ‘여수를 먹여 살린 장범준님이 방문한 곳’이란 문구를 내걸었다. 이 외지인들이 몰리는 곳을 피해 식당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여수 사람들은 외식할 때 돌게장이나 갈치 조림을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너무 평범한 메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것들은 그 메뉴를 맛봐야 한다. 인천에 가면 간짜장, 전주에선 비빔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다이어트 하는 자들이여, 여수에 발 들이지 말지어다.
내친김에 향일암 뒤에 있는 금오산에 올랐다. 절집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산꼭대기엔 아무도 없고 바람만 불었다...... 까마득한 곳으로 해가 저물며 붉은 윤슬을 흩뿌리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작년을 떠올리고 또 올해를 생각했다. 숙소에 돌아와 검푸른 바다를 보며 장범준의 노래를 들었다. 되풀이해 듣다가 따라서 흥얼거렸다.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서울로 돌아가기 싫었다.
https://v.daum.net/v/20240123030524321
[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바다는 산맥을 집어삼킨 채 얌전히 찰랑였다. 먼 옛날 백두대간이 태백산에서 돌연 남서쪽으로 내달리며 솟아난 소백산맥은 여수 앞바다에서 끝난다. 질주하던 산맥이 바다를 만나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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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 버스커 (Busker Busker) - 여수 밤바다 (Yeosu Night Sea) 여자 커버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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