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4. 3. 26. 00:42
응급실 비운 의사 비난받아 마땅
디테일 없이 우격다짐, 정부도 문제
이념보다 뿌리 깊은 계층갈등 노출
애꿎은 국민만 각자도생 내몰려
이유야 어떻든 이번 의정 충돌에서 의사가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을 떠난 건 유감이다. 선배들이 목숨을 걸고 지킨 곳을 너무 쉽게 포기했다. 환자를 등지는 모진 행태에 국민은 놀라고 실망했다. 환자를 내 가족이라고 여겼으면 그랬겠나. 중증·응급환자만이라도 번갈아 지켰으면 더 많은 응원을 받았을 텐데 아쉽다. 환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의 발언은 도를 넘었다. 환자 곁에 남은 전공의를 조롱했다. “평생 박제해야 한다”는 식의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의사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말했다. 우월감과 특권의식이 묻어나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겸손한 자가 강한 자’라는 진리를 모르는 모양이다....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온 나라가 이기심의 수렁에 빠졌다.
이번 사태는 의사도 잘못했고, 정부도 잘못했다. 양비론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국민을 불안하게 한 것만으로도 양측 모두 할 말이 없게 됐다. 사과부터 해야 한다. 의정 충돌을 중재할 만한존경받는 어른도, 정치인도 안 보인다. 섣불리 나섰다가 망신만 당할 분위기다. 그러는 사이 국민은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며 각자도생의 정글로 내몰렸다. 의지할 곳이 없다. 나라가 어수선하다.
https://v.daum.net/v/20240326004215042
[고현곤 칼럼] 의정 충돌에서 드러난 대한민국의 민낯
'人文,社會科學 > 人文,社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벚꽃 데이트할 여성 구해요”…日처럼 ‘렌탈여친’ 유행할까 [김유민의 돋보기] (2) | 2024.04.03 |
---|---|
[시선2035] 저출산, 우리가 분노하지 않는다면 (2) | 2024.04.01 |
25일 '강대강' 충돌 정점…'의사 면허정지' vs '사직·근무단축' (1) | 2024.03.24 |
거점 국립대 7곳 200명... 서울대 1.5배 ‘매머드 지방의대’ 생긴다 (2) | 2024.03.20 |
정부, 오늘 의대별 증원 수 발표…교수들은 사직 결의 '초긴장' (1) | 2024.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