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사진이 있는 아침] 자유의 상징된 '붉은 돛'

바람아님 2014. 5. 16. 10:18

러시아의 국민적 동화 ‘붉은 돛’의 결말은 낭만적이다. 아름다운 처녀 아솔은 왕자님이 붉은 돛을 단 배를 타고 와 자신을 데려갈 것이라는 예언을 믿고 기다린다. 아솔에게 한눈에 반한 청년 그레이는 이 사실을 알고 배에 붉은 돛을 달고 나타나 사랑을 이룬다.

옛 소련 시절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 학교들은 혁명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붉은 돛단배를 강에 띄우는 종강축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붉은 돛 축제’는 자유의 상징으로 변모해 갔다. 한 학년 동안 통제에 지친 학생들은 붉은 돛단배와 함께 밤새도록 자유의 시간을 만끽했다. 결국 ‘붉은 돛’은 이념의 도구로 이용되지 않고 동화에서처럼 낭만적으로 6월의 밤을 밝히게 됐다.

신경훈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