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2.08.20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조금 과장하자면 요즘 우리 바다는 거의 물 반 해파리 반이다.
건져 올리는 그물마다 물고기는 '온 데 없고' 온통 해파리 천지란다.
원자력발전소도 해파리 떼의 습격에 취수구가 막혀 가동을 멈춘단다.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려는 피서객들도 밀려오는 해파리에 곤혹을 치르더니 급기야 얼마 전에는
인천 앞바다에서 8세 여아가 독성 해파리에 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몸의 95%가 물이고 뇌도 척추도 없는 것이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몇 년 전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로 인해 우리 사회에 화두로 떠올랐던 용어 '경계인'을 본떠 말한다면 해파리는 이른바 '경계동물'이다.
몇 년 전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로 인해 우리 사회에 화두로 떠올랐던 용어 '경계인'을 본떠 말한다면 해파리는 이른바 '경계동물'이다.
아직 소화기관, 호흡기관, 순환기관 등이 제대로 분화되지 않았고, 생활도 한곳에 정착할지 뜨내기로 살지 미처 결정하지 못한 동물이다. 번식도 그때그때 무성과 유성을 넘나든다. 해파리는 아직 뇌 또는 중추신경계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환형과 선형의 신경들이 퍽 조직화된 그물망을 이루고 있다.
그저 변두리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길을 가기 위해 스스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게 경계인의 속성인 것처럼 해파리도 지방 분권과 중앙 집권 사이에서 아직 뚜렷한 방향을 결정하지 않은 모양이다.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는 해파리를 해타(海�k) 또는 해팔어(海八魚)로 부르지만 다른 문헌에는 해차(海 ), 수모(水母), 저포어(樗蒲魚), 석경(石鏡) 등 다양한 이름으로 적혀 있다.
그저 변두리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길을 가기 위해 스스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게 경계인의 속성인 것처럼 해파리도 지방 분권과 중앙 집권 사이에서 아직 뚜렷한 방향을 결정하지 않은 모양이다.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는 해파리를 해타(海�k) 또는 해팔어(海八魚)로 부르지만 다른 문헌에는 해차(海 ), 수모(水母), 저포어(樗蒲魚), 석경(石鏡) 등 다양한 이름으로 적혀 있다.
또한 조선 헌종 때 쓰인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우리의 호서·호남 동서 12곳 북의 바다에는 지방명으로 해파리라는 것이 있는데 모양이 물거품 같고 파도 위를 떠다닌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바다에 해파리가 출몰하는 게 결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 듯싶다.
다만 최근 들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며 노무라입깃해파리 같이 몸집이 큰 난류성 해파리들의 수가 급증한 것이다.
어민들은 해파리 때문에 어획량이 급감했다지만 남획으로 물고기들이 사라진 생태 공간을 해파리가 비집고 들어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해파리가 득세하면 물고기가 다시 발붙이기 어렵다. 해파리가 아주 좋아하는 먹이가 바로 물고기 알이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해파리 때문에 어획량이 급감했다지만 남획으로 물고기들이 사라진 생태 공간을 해파리가 비집고 들어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해파리가 득세하면 물고기가 다시 발붙이기 어렵다. 해파리가 아주 좋아하는 먹이가 바로 물고기 알이기 때문이다.
<게시자(揭示者) 주 : 경계인>
경계인(境界人)이란 오랫동안 소속됐던 집단을 떠나 다른 집단으로 옮겼을 때, 원래 집단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금방 버릴 수 없고, 새로운 집단에도 충분히 적응되지 않아서 어정쩡한 상태에 놓인 사람을 말한다.
이 말은 나치즘을 등지고 미국으로 향한 쿠르트 레빈(K. Lewin, 1890∼1947)이 사용한 심리학 용어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용어가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 발표된 최인훈씨의 소설 광장에서 주인공 이명준이 경계인으로
묘사되면서부터이다.
그리고 2003년 송두율 교수사건 이후 다시 이 용어가 회자되었는데, 뮌스터대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재독 사회학자인
송두율 교수는 자신의 저서 <경계인의 사색>에서 자신을 ‘경계의 이쪽에도, 저 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경계선 위에 서서
상생의 길을 찾아 여전히 헤매고 있는 존재, 경계인’으로 규정했다.
경계인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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