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2.08.27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찰스 디킨스가 태어난 지 200년이 되었다.
그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되던 1859년 '두 도시 이야기'라는 소설을 출간했다.
프랑스혁명을 전후하여 파리와 런던에서 일어난 계층 간의 갈등을 그린 소설로 무려 200만부 이상이
팔렸다. 잡지에 연재하는 형식으로 발표된 '두 도시 이야기'의 마지막 회는 11월 26일 출간되었고,
'종의 기원'이 서점에 나온 날은 그 이틀 전인 24일이었다.'두 책 이야기'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나는 인간 본성과 자연환경의 관계를 설명할 때 종종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의 제목을 패러디한다.
나는 인간 본성과 자연환경의 관계를 설명할 때 종종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의 제목을 패러디한다.
이름하여 '두 동굴 이야기'이다.
하버드대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우리 인간의 본성에 본래부터 자연을 사랑하는 유전적 성향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를 이를 '생명(bio-)' '사랑(-philia)', 즉 '바이오필리아'라고 부른다.
나는 그가 내세운 거의 모든 이론을 추종하지만, 이것만큼은 따를 수 없다.
오히려 나는 인간에게 자연 파괴의 본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두 동굴에 살던 우리 조상들을 상상해보자. 한 동굴에는 유난히 새벽잠이 없으신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두 동굴에 살던 우리 조상들을 상상해보자. 한 동굴에는 유난히 새벽잠이 없으신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밤중에 용변을 보러 동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려는 손주에게 할머니는 단호히 밖에 나가서 보라 이르신다.
그날 밤 손주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또한 허구한 날 사냥을 나가려는 식구들에게 할머니는 동굴이 더러우니 대청소를 하자고 불러 세우신다.
그에 비하면 건너 동굴의 가족은 훨씬 분방하게 살았다.
그러다 보니 동굴에는 이내 먹다 버린 음식 찌꺼기와 오물로 악취가 진동하고 파리가 들끓는다.
자, 과연 어느 집안이 더 잘 먹고 잘 살았을까?
자, 과연 어느 집안이 더 잘 먹고 잘 살았을까?
늘 주변 환경을 보살피며 산 가족일까, 아니면 맘 편히 먹고 싼 가족일까? 나는 단연코 후자였다고 생각한다.
그 옛날 우리는 살던 동굴이 참기 어려울 정도로 더러워지면 그냥 새 동굴로 옮겨가면 그만이었다.
우리 인간은 그 누구보다도 자연을 잘 이용해 먹었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이다.
다만 이제 우리에게는 더 이상 옮겨갈 동굴이 없을 뿐이다.
자연을 보호하고 사랑하라는 본능은 우리에게 없다.
자연이 참다못해 우리를 할퀴기 전에 생명 사랑의 습성을 체득해야 한다.
오늘 무시무시한 태풍이 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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