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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267] 생태학자의 길

바람아님 2014. 5. 27. 08:55

(출처-조선일보 2014.05.27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1907년 오늘 '침묵의 봄' 작가이자 세계적 환경 운동가인 레이철 카슨이 태어났다. 
여덟 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그는 '우리를 둘러싼 바다' 등 바다 생물 관련 3부작을 발표하며 40대 
중반에 이미 주목받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보내준 1958년 1월 12일자 보스턴 헤럴드 기사를 읽고 무분별한 살충제 살포가 
생물 다양성을 고갈시켜 결국 우리 인간의 삶도 파괴할 것이라는 내용의 책을 쓰기로 결심한다. 
병마에 시달리며 1962년 출간한 '침묵의 봄'은 이른바 '맨해튼 프로젝트'로 촉발된 과학기술 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리며 그가 사망한 1964년까지 불과 2년 동안 무려 100만부가 팔려나갔다.

카슨은 책의 마지막 장을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우리는 지금 길이 둘로 나뉘는 길목에 서 있다.그러나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에 나오는 두 갈래 길과 달리 어떤 길을 선택하든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영향으로 미국에서는 1969년 '국가환경정책법'이 제정됐고, 이듬해에는 환경보호국(EPA)이 신설됐다. 1970년 4월 22일 제정된 '지구의 날'과 1992년 '리우 선언'도 모두 이 책 덕택이다. 
그래서 역사학자들은 '침묵의 봄'을 그보다 100여년 전인 1852년에 출간돼 남북전쟁과 노예제도 폐지를 불러온 해리엇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에 비견한다.

내가 초대 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에는 지금 방문객을 위한 산책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나는 이 길들을 '생태학자의 길'이라고 부르려 한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와 일본 교토에 있는 '철학자의 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다윈의 길' '구달의 길'과 더불어 '카슨의 길(Carson Lane)'을 구상하고 있다. 
그 길을 걸으며 그의 덕에 걷지 않게 된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생각해보기 바란다. 
60여년 전 그가 만일 '침묵의 봄'을 쓰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지금쯤 우리는 화창한 봄은 돌아왔건만 
새 한 마리 지저귀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