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2.11.26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대선 후보 간의 단일화를 두고 명분이 없다느니 야합이라느니 구시렁거리지만 개미를 연구하는 내게는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해마다 혼인비행에 참여하는 차세대 여왕개미가 지역마다 수만 마리에
이를 텐데 그들이 모두 짝짓기에 성공하고 제가끔 나라를 세운다고 생각해보라.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가 따로 없다. 나라를 세우기에 적절한 장소를 발견하면 여왕개미들은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된 날개를 떼어낸 다음 땅속 깊이 굴을 파고 그곳에서 천하를 평정할 군대를 양성한다.
날개 근육과 피하의 지방만으로 거의 같은 시각에 건국 대장정에 돌입한 주변의 수많은 여왕개미보다
하루라도 일찍 더 많은 일개미를 길러내야 한다.
바로 이 시점에서 많은 여왕개미가 선택하는 전략이 제휴 또는 동맹이다. 계산은 지극히 간단명료하다.
바로 이 시점에서 많은 여왕개미가 선택하는 전략이 제휴 또는 동맹이다. 계산은 지극히 간단명료하다.
여왕개미 혼자서 한 달 안에 다섯 마리의 일개미를 키워낼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왕개미 둘이 연합하면 열 마리, 넷이 연합하면 스무 마리의 일개미를 키울 수 있다.
신기하게도 여왕개미 여럿이 함께 키우면 일개미들의 발육 속도도 혼자서 키울 때보다 빨라진다.
이쯤 되면 홀로 버티는 여왕개미가 오히려 이상해 보일 지경이다.
홀로 버티는 이유는 간단하다. 동맹체제에서는 필연적으로 연합한 여왕 중에서 누가 실제로 정권을 쥘 것인지를 결정하는
홀로 버티는 이유는 간단하다. 동맹체제에서는 필연적으로 연합한 여왕 중에서 누가 실제로 정권을 쥘 것인지를 결정하는
단계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미나라에는 일개미들이 결정하여 한 마리의 여왕을 옹립하거나 여왕개미들끼리 직접 담판을
짓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의 담판 과정에서 속사정이야 어찌 됐건 결국 깨끗이 양보하고
물러섰다. 이제 안 후보 지지자들의 이탈이 관건이란다.
개미나라의 동맹에 이탈이란 없다. 이탈의 문제는 여왕개미들끼리 직접 담판을 짓는 경우보다 일개미들이 한 여왕을 추대하는
개미나라의 동맹에 이탈이란 없다. 이탈의 문제는 여왕개미들끼리 직접 담판을 짓는 경우보다 일개미들이 한 여왕을 추대하는
경우에 더 심각할 수 있다. 여왕개미 한 마리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숙청하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일개미는 실제로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를 죽이는 비정한 짓을 저지른다. 그래도 이탈은 없다. 여왕개미들은 기회만 있으면 서로 물어뜯으려 했을지
모르지만 일개미들은 한 치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는다. 정권 창출이 지지 후보 충성도나 심지어는 천륜지정(天倫之情)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리라.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