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詩와 文學

[가슴으로 읽는 동시] 짐

바람아님 2014. 7. 12. 09:57

(출처-조선일보 2014.07.12 이준관 아동문학가)




교문 앞 학교 주차장에
선생님이 보여 뛰어갔다

다른 때 같으면
폭 안아 줄 텐데

다른 때 같으면
폭 안길 텐데

우리는 손도 못 잡고
웃기만 했다

선생님도 나도
양손 가득 짐 들고 있어

웃다가 볼만 살짝 비볐다

―안진영(1969~ )


학창 시절을 돌이키면 먼저 떠오른 게 선생님이다.

선생님이 왜 그리 좋았던지! 

인생에서 가장 영향을 준 분은 부모님 다음으로 

선생님이 아니었을까? 

어느 분야에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회고담을 

듣다 보면 어린 시절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었으면' 

하는 꿈을 누구나 한 번쯤 꾸었을 터이다.


이 동시를 읽으면 선생님과 아이 간의 사랑과 믿음에 가슴이 훈훈해진다. 
양손에 짐을 들고 있어서 서로 웃다가 볼만 살짝 비비는 모습이 왜 이리 보기 좋은지! 
요즘은 세상이 각박해지고 인정이 메말라서인지 이런 정경이 더욱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달려가 안길 사람이 있다는 것, 양손에 짐을 들고 있어도 서로 만나서 웃으며 볼을 비빌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처럼 따뜻한 사회가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