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바람에 비에 젖은 후박 잎이 한 잎 비행하듯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가을비가 살그머니 내리고 있는 정원 한구석에
키다리아저씨처럼 키가 큰 후박나무의 빛바랜
노란 잎이 눈길을 끈다.
후박나무 잎이 지니고 있는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우리 곁으로 다가와 추억이라는 시간을 눈빛으로
교환하게 한다.
그곳의 풍경은 자연과 함께 깊은 가을을 감싸고
있는 느낌이었다.
심한 가을앓이를 하고 난 후 "이제 그만" 하면서
가을을 손 흔들고 떠나보내려 하던 날에 만난
박노수미술관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가을의 의미가 마음을 흔들기
시작하고 그 흔들림을 따라 몇 날을 단풍을 만나기도 하면서 해지는 저녁에 스스로에게 다가온 가을에 취하여
흔들려보기도 하였다.
조금씩 가을 속으로 들어가 그 가을에 흠뻑 취하던 날들에서 만난 비 내리는 미술관의 정경은 비에 젖은 가을낙엽의 무게로
늦가을의 우수를 가득 지니고 있었다.
박노수 화백은 충남 연기 출생이다.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1956~62년)와 서울대(1962~82년)에서 교수로
재직한 박노수 화백은 국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을 역임하고 1995년 자랑스러운
서울시민 600인에 선정되었다.
남정 박노수 화백은 화업, 수석을 비롯한 소장품
천여 점을 2011년도에 종로구에 기증하였다.
자신의 작품을 사회에 환원시키겠다는 박노수
화백의 유지를 받들어 종로구는 본격적으로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는데, 안타깝게도 화백께선
미술관 설립 준비 중인 올 2월에 작고하셨다.
종로구립미술관으로 개방되는 박노수 가옥은 1937년경 건축가 박길용에 의해 지어진 한·양절충식 기법의 고풍스런 가옥이다.
70여 년간의 시간을 지니고 있는 가옥은 수성동 계곡 아래 옥인1길 34번지에 옛 선비의 흥취를 지니고 있는 터로 조형적인
아름다움의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문화재자료 1호(1991년)로 등록되었다.
구립미술관의 개관 전시인 <달과 소년>전은 남정 박노수 화백의 드로잉을 포함한 소재별 작품 30여 점이 출품되었다.
작가가 지니고 있는 현대적 감각과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통의 새로운 해석. 미를 향하는 다중적 시선의 표현은 작가만이
지니고 있는 개성과 격조를 지니고 있다. 전시 제목인 '달과 소년'은 남정 선생의 대표작 중 한 작품의 제목을 빌려왔다고 한다.
종로구립미술관 : 서울시 종로구 옥인1길 34
관람안내 : 화~일요일 10:00~ 18:00
전화번호 : 02-2148-4171
교통안내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9번 탑승
<조선일보 기사 전문 보기>
<블로그내 "관련 게시물" 바로가기>
수성동(水聲洞)계곡의 물소리(동영상)
수성동(水聲洞)계곡(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