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 문화적 얼굴을 감추기는 어렵다

바람아님 2014. 8. 17. 14:23

 

 

관정고의 ‘화훼’(1855년께, 종이에 채색)


중국인들의 장사 수완은 예로부터 정평이 나 있다. 청나라 때 광저우에 서구 무역선이 드나들고 서양 사람들의 내왕이 잦아지자 이들을 상대로 한 사업들이 번창한다. 그중 하나는 이들에게 친숙한 서양화법으로 중국 방문 기념 초상화나 풍속화, 정물화를 그려 판매하는 일이었다.

관교창(關喬昌)은 그 선구적 인물로 영국인 화가 조지 치너리의 조수로 일하며 어깨너머로 서양화법을 터득했다. 관정고(關廷呱)도 서양화법을 배워 광저우에 커다란 화실을 운영했다. 이들이 그린 서양화는 본고장의 그것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탁월한 솜씨를 자랑했지만 선의 맛을 강조한 중국인의 습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관정고의 ‘화훼’는 명암법을 사용했지만 동시에 윤곽선도 사용해 평면적인 느낌이 강하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